뉴트로 새마을운동, “잘 살려보세”


놀라웠다. 새마을운동의 대전환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독재의 잔재라고만 여겼다. 적폐의 온상인줄 알았다. 사시 눈으로 흘겨보던 조직이다. 여태 남아있는 지조차도 몰랐다. 진즉에 역사의 뒤 안으로 흘러간 줄만 알았다. 괄시와 무시 속에 절치부심, 환골탈태를 도모한 것이다. 한 눈에 확 띄었을 뿐 아니라, 두 눈이 번쩍 뜨였다. 2020년 시대정신을 움켜쥐었다. 생명과 평화와 공경, 21세기 인류의 3대 가치를 온전히 품어낸 것이다. 지난 2년,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제대로 변한 모양이다. 요란스럽고 요사스러운 청산 놀음일랑 없었다. 개선에 개선을 거듭하여 개혁을 능가하는 뚜렷한 성과를 거뒀다.  

 공교롭기도 하다. 새마을운동 50주년을 기념했던 4월 22일은 하필 ‘지구의 날’ 50주년이기도 했다. ‘지구를 살리는 새마을운동’의 상상력을 지핀다. 남반구의 산불로 출발하여 북반구의 역병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2020년은 ‘역사적 21세기’의 기점으로 삼을만하다. 지구의 만인과 만물이 한 몸으로 엮여 있음을 온몸으로 실감하게 되었다. 이렇게 살아서는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전망이 기우가 아니라 팩트임을 자각하게 되었다. 이러한 각성을 촉발한 주체가 바이러스임도 각별하다. 포스트-코로나, 한갓 미물이 역사의 물줄기를 통째로 뒤바꾸고 있는 것이다. 인류의 의식을 한 차원 심화시키는 기폭제가 될지도 모른다. 지구를 근간에 두고 생명을 으뜸으로 치는 무궁한 자아로의 도약을 고양시킨다.

 새로운 문명사회를 건설하자는 생명살림운동의 목표는 원대하지만, 그 지침은 매우 구체적이다. 1건(建) 2식(植) 3감(減), ‘123운동’으로 집약된다. 유기농태양광 발전소를 짓고, 나무와 양삼(케나프)을 심고, 화석에너지・비닐-플라스틱 사용・수입육고기를 30% 줄이자는 것이다. 3감 운동은 당장 집안과 일터에서 실행해볼 수 있다. 2식 운동은 마을 이웃들과 추진하기에 안성맞춤이다. 1건 운동은 지방정부와 중앙정부, 기업 등과의 전면적 협력이 필수적이다. 321 순으로 차곡차곡 실천해보면 좋겠다.  

 생명과 평화라는 가치야 이론이 있을 수 없다. 백미는 공경이다. 언뜻 뜬금없지만, 곰곰 따져볼수록 깊은 성찰의 소산이다. 자유와 평등을 강조하며 권리를 주장하고 권한을 쟁취하는 일방으로 치달았다. 저마다 다투기에 능하고 모두가 싸우기에 몰두하는 병폐가 없지 않았다. 진보/보수, 자본/노동, 좌/우는 물론이요 남/여와 노/소까지 곳곳서 뾰족이 날이 선 적대가 만연한 것이다. 보듬고 품어서 살리기보다는 나누고 밀치는 가르기가 잦아진 것이다. 서로가 서로를 각별히 모시고 애틋하게 섬기는 공경의 문화가 절실한 까닭이다. 비단 사람 사이로만 한정할 것도 아니다. 인간 이전의 자연물부터 인간 이후의 인공물까지 모든 이와 모든 것이 공생할 수 있는 논리와 윤리의 마련이 시급하다. 마침 이 땅에는 경천(敬天), 경인(敬人), 경물(敬物)을 공히 강조했던 삼경사상의 뿌리가 튼튼하다. 21세기가 무르익을수록 두고두고 감사드릴 커다란 깨우침이자 위대한 가르침이다.    

 그러함에도 오래 등잔 밑이 어두웠다. 제 것을 업수이 여기며 남을 선망하고 모방하기에 급급했다. 산업화는 따라잡기요 민주화도 따라하기였던 바, 새마을운동 역시 너 죽고 나 살자 식 내 한 나라 잘 살아보자는 수준에 그쳤던 것이다. 그러나 생명살림운동은 좀체 우리나라로만 머물 수가 없겠다. 온 나라를 살리고 뭇 생명을 살리는 지구촌의 새 문명 운동이다. 그 새마음 새물결 속에서 비로소 산업화세대와 민주화세대도 아름답게 화해할 수 있을 것이다. 밀레니얼 세대도 한시한철 구별 짓기의 욕망을 거두고 원만한 자세로 동참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진행형인 기후 위기와 생명의 위기 앞에 나라의 구별과 세대의 분별은 일체 무망한 탓이다. 만국의 만인이 일심동체, ‘지구세대’로 합류한다. 

 하기에 생명살림 국민운동의 출범에 온 마음 온 몸으로 성원을 보낸다. 팔짱 끼고 지켜만 볼 수도 없겠다. 두 팔 걷고 나부터 스스로, 함께, 꾸준히 참여할 것이다. 하루 이틀, 일이년으로 그칠 수도 없겠다. 다음 백년 22세기를 내다보며, 다가올 십년 2030년을 향하여 전심과 전력을 다해야 하겠다. “온 마음 온 몸으로 기후위기 생명위기를 극복하자. 온 마음 온 몸으로 생명살림 국민운동을 펼쳐나가자. 온 마음 온 몸으로 1·2·3운동을 실천하자.” 2020년 6월 25일, 오늘부로 나 역시 뉴트로 새마을, ‘잘 살려보세’ 운동의 일원임을 다짐한다.


출처 | 새마을운동신문 | 2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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