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차이나 : 혁명에서 혁신으로


대장정과 대항해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맑고 시린 밤하늘, 밝고 투명한 별빛이 반짝이면 거대한 망원경 돔이 열린다. 하북성 흥강현의 산골짜기, 세계에서 가장 큰 구경의 광학 망원경이 매일 밤 4천개가 넘는 별의 스펙터클을 관찰하고 촬영한다. 지구와 우주의 교류와 교감, 빛과 정보를 수신하는 지상의 허브인 것이다. 이름은 곽수경(郭守敬) 망원경, 원나라의 대표적인 천문학자의 이름에서 따왔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감수성 예민한 시인이 아니더라도 별 헤는 밤이면 우리는 절로 깊은 질문을 던지게 된다.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가. 수만 광년도 넘는 저 멀고 저 깊은 곳에는 또 다른 생명체가 숨을 쉬고 있지 않을까? 하늘 위 저 미지의 우주는 늘 하늘 아래서 살아가는 인간들에게 경탄과 동경과 애틋한 향수의 대상이었다. 

어느덧 인공위성이, 인공적인 별이 우후죽순 밤하늘을 수놓는 인공우주(Anthropo-Cosmos)시대가 열렸다. 더 이상 우주는 고요하지도 적막하지도 않은 공간이 된 것이다. 우주정거장은 물론이요 달과 화성 등 곳곳에서 모터가 돌아가고 데이터를 송수신하는 기계음이 들려온다. 기계음 사이로는 간간이 지구와 교신하는 사람들의 음성, 육성도 들려온다. 20세기 중반 최초에는 키릴문자, 러시아어가 들려왔다. 언젠가부터는 압도적으로 로마문자, 영어가 대세였다. 헌데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갈수록 자주 중국어가 들려온다. 하늘 밖 우주 곳곳에 오래된 문자, 한자가 깊숙이 새겨지고 있는 것이다. 

2016년은 21세기판 ‘스푸트니크 쇼크’에 빗댈 수 있는 해였다. 중국이 세계 최초로 양자과학위성을 쏘아 올린 것이다. 양자과학위성은 양자암호 통신기술을 탑재한 최첨단의 인공위성이다. 양자역학의 세계는 우리의 일상세계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작동한다. 광자와 전자 등 둘 이상의 양자가 특수한 관계로 결합하며 울림과 떨림과 얽힘의 신세계를 창발해간다. 이 양자통신기술은 광자의 성질을 이용한 것으로 어떠한 계산기로도 해독이 불가능하다. 원리적으로 감청과 도청을 할 수 없는 궁극의 통신 시스템인 것이다. 2016년 당시 양자통신이 가능한 거리는 144KM에 그쳤다. 2017년에는 중국의 베이징과 오스트리아의 빈 사이에서 양자암호를 통한 화상 통신에 성공했다. 2020년에는 1120KM까지 늘어났고, 2021년 1월 7일에는 무려 4600KM 거리의 양자통신도 가능해 졌다. 2020년과 2021년의 실험은 모두 <네이처>에서 대서특필 될만큼 중국은 우주과학에서 초격차의 기술을 확보한 것이다. 

의미심장한 것은 이 양자과학위성의 이름이 “묵자”(墨子)라는 점이다. 묵자가 누구인가. 제자백가 가운데서도 유독 ‘비전’(非戰)과 ‘박애’를 강조했던 춘추전국 시대의 사상가이다. 우주굴기가 화평굴기의 연속선에 있을 것임을 은근히 암시한 것이다. 아울러 묵자는 철학자인 동시에 과학자, 그 중에서도 특히 광학을 연구한 사람이었다. 빛과 양자의 관련성에 빗대어 묵자, 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다. 현재 저 하늘 위에서 돌아가는 위성 가운데 지상과 양자암호를 주고받는 위성은 오로지 묵자 뿐이다. 즉 군사와 안보, 외교 등기밀정보의 취급에서 가장 앞선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나라가 중국이라는 말이다

 양적으로도 중국은 앞서가고 있다. 우주로 쏘아 올린 위성의 발사 횟수에서 러시아는 물론이요 미국마저 앞지르고 있다. 2018년에는 38회 로켓을 발사하여 34회에 그친 미국을 제쳤다. 2019년에는 33회로 27회에 머문 미국을 다시 앞질렀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를 비롯한 미국의 민간기업들이 우주산업에 본격적으로 달려든 2020년대에는 재차 중국과 미국이 엎치락뒤치락 치열한 순위 다툼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시금 의미심장하게도 중국의 우주발사 로켓의 이름은 ‘장정’(長征)이다. 명명백백 중국공산당의 신화, 대장정에서 따온 것이다. 국민당과의 사활적 경쟁에서 대역전의 발판을 마련한 것이 대장정이었다. 뒤늦게 시작한 우주 개발의 긴 여정을 함축하면서도, 최종적인 승리를 예고하는 불굴의 의지가 담겨 있는 것이다. 대장정의 소산으로 중화인민공화국이 세워진 해가 1949년이었다. 건국 70주년이었던 2019년은 우주대장정에서도 획기적인 한 해가 되었다. 그해 1월 3일, 세계 최초로 달의 뒷면에 착륙하여 독자적인 달 탐사를 시작한 것이다. 12월 27일에는 역대 최강의 우주로켓이라고 평가받는 장정 5호(CZ-5)까지 쏘아올렸다.  중국 국가항천국 주도로 남부 하이난 섬 원창 우주발사센터에서 발사된 창정 5호는 발사 37분 만에 무게 8톤의 통신위성을 고도 3만 6,000km의 정지궤도에 올려놓는 데 성공했다. 장정5호는 높이 57미터로 저궤도엔 최대 25톤, 정지궤도엔 최대 14톤의 위성을 운반할 수 있다.

 동시에 2019년 3월 중국은 로켓 누적 발사 횟수 300회를 돌파했다. 발사 횟수는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나 장정 로켓의 첫 100회 발사까지는 37년이 걸렸으나, 이후 100회까진 7.5년, 최근 100회까진 약 4년이 걸렸다. 이에 따라 연간 평균 발사 횟수도 2.7회에서 13.3회, 23.5회로 늘어났다. 지금까지 장정 로켓은 506개의 중국 및 외국 우주선을 우주로 보냈다. 여기에는 6개의 유인 우주선과 2개의 우주 실험실, 4개의 달 탐사선이 포함되어 있다.

 새삼 2019년이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50주년이기도 했다는 점은 더더욱이나 공교롭다. 인류 최초로 달 뒷면 착륙에 성공하면서 중국은 21세기에 달에 두 번이나 도달한 유일한 국가가 되었다. 또 2019년 한 해에만 34번의 우주 비행을 마치면서 우주 비행을 가장 많이 한 국가로도 등극했다. 2019년을 우주를 둘러싼 미/중 경쟁의 전환점, 중국 우주굴기의 원년이라고 선포해도 지나침이 없는 것이다. 

달 탐사선 "창어(嫦娥)" 역시 중국의 고대 신화 속 달의 여신에서 유래한 단어이다. 불로불사의 영약을 마시고 달로 올라갔다는 선녀의 이름이었다. 달 탐사로봇 위투(玉兔)"는 우리도 익숙한 떡방아 찢는 옥토끼에서 유래하였고, 중계 통신위성인 "췌차오(鹊桥)"는 칠월칠석에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오작교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더 나아가 중국은 이미 달 곳곳에 ‘’명명권’을 행사하고 있다. 외계에 이름을 붙여주고 이름을 불러주고 있는 것이다. 창어 4호가 착륙한 장소의 이름을 '스타치오 톈허(Statio Tianhe)'로 붙이는 것을 포함해 달 뒷면 5곳에 중국식 이름을 새겼다. 스타치오는 라틴어로 장소·기지라는 뜻이며, 톈허는 '천하(天河·은하수)'의 중국어 발음이다. 착륙지 주변을 삼각형 모양으로 둘러싼 운석 충돌구들은 각각 '견우와 직녀' 설화에서 따와 '즈뉘(Zhinyu·織女)' '허구(Hegu·河鼓)' '톈진(Tianjin·天津)'으로 붙였다. 즈뉘는 직녀, 허구는 견우성의 다른 이름인 하고를 뜻하며 톈진은 은하수 강가에 설치된 나루터를 의미한다. 이 명칭들은 중국 한나라 시대 별자리 이름이기도 하다. 또 창어 4호 착륙지에서 북서쪽으로 약 46㎞ 떨어진 '폰 카르만' 충돌구 중앙 봉우리는 '몬스 타이(Mons Tai)'라고 명명했다. 몬스는 라틴어로 산, 타이는 중국 5대 명산 중 으뜸으로 꼽히는 태산(泰山)을 뜻한다.

그러나 달이 중국의 최종 목적지인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더 멀리 더 깊이 심우주로 나아가는 중간 기착지일 뿐이다. 실제로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이었던 2021년, 중국은 화성 탐사라는 목표도 달성했다. 지금도 인터넷에 접속하면 중국의 화상탐사 로봇 주룽(祝融)이 지구로 전송한 화성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태양광 패널과 안테나를 달고 붉은 암석과 토양을 분주히 오고 간다. 화성 다음의 목표는 목성이다. 목성 탐사는 2029년을 목표로 삼고 있다. 아마도 건국 80주년의 메가 이벤트가 아닐까 싶은데 우주개발 또한 ‘중국식 속도’에 맞추겠다고 하니 더 앞당겨 질지도 모르겠다.

2022년 올해 말까지는 장기적으로 우주인이 머물 수 있는 독자적인 우주정거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2024년 16개 국가가 공동참여한 국제우주정거장이 수명을 다하면 중국은 유일무이 우주 연구의 주도권을 쥐게 된다. 이른바 중국우주정거장(China Space Station: CSS) ‘톈궁’(天宮) 프로젝트의 시작이다. 문자 그대로 ‘하늘 궁전'을 뜻하는 바, 이는 중국 창세기 신화인 반고신화(盤古神話)에서 유래한 이름이라고 한다. 톈궁을 발판으로 2025년까지는 인류 최초의 달기지를 건설하고, 2030년이 되기 전까지 유인화한다는 목표도 세워두었다. 2049년, 신중국 건국 100주년이 되는 해에는 달에서 영구적으로 우주연구를 수행하는 R&D 기지를 건설하는 프로젝트 또한 추진 중이다.

 그리하여 2019년 워싱턴의 싱크탱크 <정보기술 이노베이션 재단>(ITIF)에서는 의미심장한 보고서를 발표한다. ‘중국은 혁신에서 미국을 앞질렀는가?’라는 자극적인 제목을 내걸었다. 공표된 이 보고서에 따르면 연구개발비, 연구인재, 지적재산, 하이테크 수출 등 36개 지표로 미국과 중국을 철저하게 비교한 결과, 국제특허의 출원 수에서 중국은 미국의 80.9%, 턱 밑까지 육박해 있으며, 하이테크 수출에서는 미국을 2배 이상 따돌린 것으로 평가되었다. 고로 더 이상 중국을 ‘짝퉁 천국’이라고 폄하할 수는 없는 노릇이겠다. 미국에 못지않는 혁신대국이며 이노베이션 선도국이 된 것이다.

 돌아보면 애당초 신중국부터가 혁신의 산물이었다. 도시 노동자에 근간을 두어야한다는 전통적인 마르크스주의를 떨쳐내고 마오쩌둥은 농민에 기반한 사회주의혁명을 이루었다. 시장을 배척해야 한다는 교조주의를 배격하고 적극적으로 세계에 참여했던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또한 혁신의 소산이었다. 이제는 과학기술도 선도한다. 혁명국가에서 혁신국가로, 테크노-차이나를 향하여 우주를 향하여 전력으로 전심으로 맹렬하게 질주하고 있는 것이다. 




우주몽과 우주망


 테크노-차이나의 총사령관이 바로 시진핑 주석이다. 국가가 혁신의 엔진이 되어 ‘기획된 창조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조짐은 2015년에 발표된 <중국제조 2025>에서부터 뚜렷했다. 10대 전략 산업의 하나로 우주산업을 포함시키며 정책적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우주와 관련된 모든 분야에서 중국이 선도할 것’을 목표로 삼았다. ‘거대한 우주를 탐사하고 우주항공 기업을 발전시키며, 강력한 항공우주 국가를 건설한다’는 우주몽을 공식화하였다. 구체적으로는 2030년까지 중국이 우주 분야의 주요 선진국으로 도약하고, 2045년에는 우주 장비와 기술 면에서 최고의 선진국으로 부상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5년마다 <우주백서>도 발표하고 있다. 다음 5년의 청사진과 로드맵을 매우 구체적으로 명시한다. 5년 전과 비교해보면 애초의 목표 달성 시점을 연기하거나 포기하는 경우는 좀처럼 드물다. 오히려 때 이르게 달성하는 경우가 더욱 많다. 말그대로 ‘중국식 속도’로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만만디’는 잊어도 좋겠다. 

 중국은 우주의 ‘눈’이 되는 지구관측위성과 ‘신경’이 되는 통신위성에 항행측위 위성을 보태어 ‘우주인프라’라고 부른다. 이 세 종류의 우주인프라를 잘 지키는 것이 국가안보의 중요한 과제로도 떠올랐다. 중국의 로켓군을 독자적인 전략군으로 승격시킨 것도 2015년이었다. 내륙의 오래된 도시 시안에서 중국은 최첨단 로켓 엔진을 생산한다. 추력 120톤 급의 고성능 엔진은 액체산소를 주연료로 하여 80톤 무게를 70초 이내에 대기 밖으로 내보낼 수 있는 핵심적인 기술을 확보하였다. 고도 시안에 조성된 항공우주산업기지는 위성 응용기술, 민간우주기술, 공공서비스 플랫폼 등을 개발하는 중국 최대의 우주산업 기지가 되었다. 제국을 수호하는 병마총의 도시가 우주로 나아가는 전진기지로 탈바꿈한 것이다. 

 테크노-차이나의 강점은 뭐니뭐니 해도 압도적인 수의 인재이다. 과학기술 분야에서의 인해전술이라고 하겠다. 로켓과 위성의 개발과 제조는 중국항천과기집단(CASC)와 중국항천과공집단(CASIC)이 도맡는다. CASC는 종업원수 17만 4천명, CASIC는 약 15만명을 헤아린다. 합하면 무려 30만을 넘는다. 미국의 NASA에서 일하고 있는 1만 8천명에 비해 월등히 많은 규모를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이곳에 투입되는 최고의 인재 공급원 또한 풍부하다. 국책연구기관인 중국과학원 이외에도 북경항공항천대학, 북경이공대학, 하얼빈공업대학, 서남공업대학 등에서 우주 인력을 대거 양성하고 있는 것이다. 

그 빼어난 인재들이 야심차게 출범시킨 시스템이 바로 ‘북두’(北斗)이다. 북두칠성의 그 북두이다. 베이더우는 명명백백 미국이 구축한 전지구 측위 시스템, 즉 GPS의 대항마 격이다. 2000년 첫 위성을 쏘아 올린 이래 2020년까지 총 55기를 발사했다. 임무를 완수하고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위성과 백업용으로 대기하고 있는 위성을 제외하면 35기를 통하여 운영되는 체제를 확립했다. 31기로 작동하는 미국의 GPS에 비해 양적으로 앞서가고 있는 것이다. 양적 변화는 곧 질적 진화를 수반한다. 미국의 군사용 GPS의 오차가 30cm 가량인 반면에, 베이더우는 10cm 남짓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GPS가 그러한 것처럼 베이더우 역시 민/군 겸용이 가능하다. 상업적 측면에서도 베이더우는 중국 내수 시장의 엄청난 규모에 힘입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미 중국 내 스마트폰의 70% 이상이 베이더우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다. 나아가 베이더우 시스템을 일대일로 프로젝트과 긴밀하게 연계시키려고 한다. 지상과 천상을 베이더우로 연결해내겠다는 것이다. 일명 ‘일대일로 우주정보회랑’(Belt and Road Space Information Corridor) 구상이다. 

중국은 <2015 일대일로백서>에서부터 우주와 디지털 연결성을 협력 우선순위로 설정했다. <2016 일대일로백서>에서도 우주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일대일로 우주정보회랑의 건설을 핵심 협력 분야로 제시하였다. <2017 일대일로 포럼>에서는 디지털 실크로드에 대한 지원을 강조하였는데, 위성 통신 서비스 지원이 필요한 대목이다. 이러한 방침은 2019년 디지털 인프라 건설 방침에서도 재확인되었다. 국무원이 발표한 <베이도우 백서>에서도 개발도상국에 항법 서비스 제공 등을 통해 베이더우 시스템을 일대일로와 연계할 계획임을 명확히 하였다. 기존의 육로와 해로를 중심으로 추진되었던 일대일로가 베이더우 시스템을 통해 우주를 포괄하는 다차원적 프로젝트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베이더우 시스템은 육상, 해상, 우주를 통합함으로써 연결성의 수준을 한 차원 더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일대일로의 다차원화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은 역내 국가들에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베이더우 시스템의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2019년 5월 중국 정부가 펑윤(风云) 기상 위성을 통해 일대일로 참여 22개국에 재난 예방을 위해 특화된 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특화된 서비스의 질적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해 중국 정부는 2019년 4월 81개국을 대상으로 우주산업 수요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였다.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이란, 러시아, 수단 등 서베이에 응답한 22개국들은 모두 기상 예보, 기후 및 환경 모니터링을 위해 펑윤 위성의 응용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설치하기를 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국가들은 특히 강수 모니터링, 기근, 황사, 안개, 번개 등 광범위한 서비스 뿐 아니라, 펑윤 위성 데이터 분석, 원격 탐사 응용 프로그램, 데이터 수집 등에 대한 교육과 훈련을 요청하였다. 중국은 기상 위성의 실시간 재난 모니터링이 재난 예방과 경감에 상당한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한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베이더우 시스템은 이미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포함하여 30개 이상의 국가들에 제공되고 있다.

가령 파키스탄의 카라치에 베이더우 기지국을 설치ㆍ운영하게 된 것이 2017년이다. 2018년에는 중국창청공업이 나이지리아와 통신위성 2기 수출 계약을 체결하였고, 라오스 및 아세안 등 일대일로 상대국의 통신위성을 발사 서비스도 대행하는 성과를 낸 것도 일대일로와 우주 협력을 연계한 사례이다. 또한 2019년 4월 개최된 제2차 ‘중국-아랍 베이도우 시스템 협력 포럼’에서는 아랍 국가들에게 고품질 항법 서비스를 제공할 뿐 아니라, 시스템 건설, 응용 프로그램, 중국-아랍 베이더우 시스템 센터 건설 등에 합의하였다. 더 멀리 아프리카와 라틴아메리카 국가들과도 협력하여 지상국을 건설하여 우주에 있는 물체의 위치와 궤도를 관측하는 우주상황감시(SSA)국도 늘리고 있다. 

중국이 일대일로와 우주산업을 연계하는 효과는 다면적이다. 무엇보다 독자적인 항법 시스템을 구축ㆍ제공함으로써 우주에서도 미국과의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게 되었다. 일대일로 국가들과의 우주 협력을 통하여 미국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는 기존의 우주 질서를 재편하는 계기로 활용하겠다는 복안이다. 중국 정부가 ‘네트워크 강대국,’ ‘네트워크 공간에서 영향력 향상’ 등을 명시적으로 표방하는 데서 이러한 전략적 의도가 드러난다. GPS를 대신하는 또 하나의 세계표준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과거의 GPS 역할을 했던 것이 나침반이었는지 모른다. 역시나 중국이 창조한 4대 발명품 가운데 하나였다. 중국인들은 나침반으로 동서남북 사방의 방위를 확인하고 부모와 조상의 묘지를 구하는데 활용했다고 한다. 그 나침반을 전수받아서 화약과 결합하여 함정을 만들고 대항해 시대를 개막한 이들이 유럽인들이었다. 해상 패권을 장악하면서 서세동점의 대역전극을 연출한 것이다. 바다의 패권을 쥐는데 핵심적인 고리는 개별 항구에 접근하는 권리를 확보하는 것이었다. 대영제국은 콜롬보항, 싱가포르항, 상하이항, 홍콩항을 장악하고 연결하면서 아시아로 진출하고 동방을 지배했던 것이다. 대영제국을 계승한 미국 역시도 전 세계 곳곳에 해군기지를 건설하고 ‘항해의 자유’를 역설하며 미국식 세계질서를 구축했다. 지상은 물론이요 해상을 장악해야 글로벌 패권을 행사할 수 있었던 것이다.

 목하 중국은 천상에서의 거점을 선점하고 우주적 네트워크를 가장 촘촘히 구축하는 것으로 아편전쟁 이래 동서의 역관계를 반전시키겠다는 대전략을 수립했다고 하겠다. 테크노-차이나라는 중국몽이 우주망과 우주몽으로 진화하고 있는 까닭이라고 하겠다. 그 중국판 우주대장정과 우주대항해에 갈수록 많은 민간기업들도 참여하고 있다. 뉴 스페이스(New Space)로 달려가고 있는 중국의 혁신적 스타트업들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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