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맛, 미래의 멋”


마이셀프로젝트 사성진 대표 인터뷰 


1. 바이오테크 : 공업과 농업 사이


스토리가 있는 창업가이다. 본디 자동차를 만들던 사람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자동차회사에서 설계 일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자동차는 20세기 산업문명을 상징한다. 그러나 이제 마이카 문화는 기후온난화를 초래한 원흉으로 지목되고 지탄받는다. 자동차가 확산됨으로써 개개인의 탄소발자국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과연 엔지니어를 접고 새로이 시작한 일은 정반대 방향이다. 탄소 배출을 줄이는 일로 2020년 3월 창업했다. 공장식 축산을 대신하여 대체단백질을 배양한다고 한다. 요즘말로 푸드테크(Foodtech)나 애그리테크(Agritech), 바이오스타트업의 CEO가 된 것이다. 지구를 망치는 하이테크(High Tech)에서 지구를 살리는 딥테크(Deep Tech)로 전향했다. 오래된 미래, 농업의 최전선에 발을 들이게 된 것이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대반전이 인생의 변화와 절묘하게 포개짐도 흥미롭다. 그 전환의 계기에 미래세대, 딸이 있었음은 창업 스토리에 감칠맛을 더한다. 환경 관련 다큐와 전시를 본 세 자매가 물었단다. “아빠는 왜 하필이면 자동차 만드는 일을 해?” 딸들은 임박한 기후재앙에 두려움에 떨며 며칠이나 울먹였다. 그 모습에 딸부자 딸바보 아빠는 진즉부터 품고 있었던 창업을 결심하고 결행한다. 이미 EBS 다큐멘터리 지식채널 e의 <딸이 울었다> 편으로도 제작된 훈훈한 일화이다.  

 사업 아이템은 더더욱 흥미롭다. 버섯을 이용하여 대체고기를 만들고 대체가죽을 만든다. 햄버거와 핸드백을 균사체로 제조한다. 의식주 가운데 둘, 사람이 살아가는데 가장 긴요한 음식과 옷을 생산하는데 뛰어든 것이다. 지구온난화의 원인을 생각하면 화석연료를 사용한 이동수단을 가장 먼저 떠올리기 십상이다. 정작 삼시세끼, 우리가 매일같이 먹는 아침과 점심, 저녁의 결과라고는 쉬이 상상하기 어렵다. 그만큼 식량 체계는 정교하고 복잡하다. 반면으로 식탁에 최종 음식물이 올라오기까지의 전 과정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곰곰 따져보면 트랙터, 어선, 수송, 가공, 화학 처리, 포장, 냉동, 슈퍼마켓, 부엌에 연료를 공급하기까지 이 모든 공정(value chain)에서 화석연료가 사용된다. 뿐만 아니라 화학비료는 강력한 아산화질소를 발생시켜 대지를 오염시키고 대기 중으로 배출된다.

 육류에 대한 열렬한 선호 탓에 현재 600억 마리가 넘는 동물이 사육되고 있으며, 그 동물들을 위한 식량과 목초지를 위해 농지의 거의 절반이 할애되고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은 이제 제법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이산화탄소, 아산화질소, 메탄을 포함한 축산 배출은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의 20퍼센트를 차지한다. 농업에서 삼림 벌채, 음식물 쓰레기에 이르기까지 다른 모든 식품 관련 배출에 축산까지 추가한다면, 우리가 먹는 음식이야말로 지구온난화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가령 전 세계에서 키우고 있는 소들을 하나의 국가로 친다면, 중국 미국에 이어 세계 3위의 온실가스 배출국이 될 정도이다. 그야말로 인류는 지구의 온 생명을 게걸스레 갉아먹어치워 온 것이다. ‘먹방’은 동시대 인간의 생활방식에 대한 가감 없는 적나라한 자화상이다.   

 따라서 식습관의 변화는 지구의 진로를 변경시킬 수 있는 가장 쉬우면서도 가장 강력한 한방,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 하루에도 수십억 명이 여러 차례 식사를 하고 있으니, 판세를 역전시킬 기회는 무궁무진하다. 그래서 누군가는 “우리가 날씨다.”(We are the Weather)라고 선언할 수 있었던 것이다. 나아가 오로지 고기가 되기 위하여 일생을 축사에서 사육되는 수십억 마리의 동물도 해방시킬 수도 있다. 가축을 먹이기 위하여 사용되던 어마어마한 크기의 토지를 탄소는 먹어치우고 산소는 내뿜어주는 숲으로 가꿀 수도 있다. 땅도 살리고 동물도 살리고 동물성 단백질의 과다 섭취로 만성질환에 시달리는 현대인의 건강도 되살릴 수 있는 일거다득의 첩경이다. 

 그러나 입맛만큼 쉽사리 바뀌지 않는 습성도 없음이 커다란 복병이다. 미각은 오감 가운데 가장 보수적인 감각이다. 어릴 적 엄마의 손맛, 그리운 고국과 고향의 옛 맛은 원초적인 감정을 자극하고 근원적인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삼겹살에 소주’, ‘치킨에 맥주’는 이미 수많은 이들의 소울푸드(soul food)로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 고급진 레스토랑에서 즐기는 와인과 스테이크의 우아한 조합도 거부하기 힘든 유혹이다. 그만큼 결기어린 결단이 수반되지 않으면 결행부터가 어렵다. 설혹 결심했더라도 작심삼일에 그치기 일쑤이다. 날로 늘어나고 있다는 채식주의자 비율에 허수가 적지 않은 까닭이다. 채식주의자를 장기적으로 추적해보면 다시 본디의 식생활로 되돌아가는 경우가 8할이라는 보고서도 있다. 그래서 육식과 채식 사이 양단간에 선택하라는 윽박지름은 잡식동물의 딜레마를 더욱 가중시킬 뿐이다. 육식과 채식 사이 샛길을 열어주고 징검다리를 놓아주어야 한다. 육식의 대안이 채식이라는 설교만으로 타박하기보다는, 기왕의 육식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선택지를 폭넓게 제공해 주어야 한다.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해왔던 일 만년이 넘는 오래된 습관을 바꾸려면 그만큼이나 영리하고 지혜로운 전략이 필요한 것이다. 손쉬운 선택지를 제공하고, 눈에도 잘 띌뿐더러, 매력도 갖추어야 한다. 바로 이 대목에서 새로운 기술의 역할이 필요하다.     



2. 대체육 : 육식과 채식 사이


정육점에 널린 시뻘건 생고기는 갈수록 낡은 상품(old-fashioned meat)으로 간주될지도 모른다. 고기가 아닌 고기, 전통적이지 않은 고기, 동물의 살점에서 뜯어내지 않은 고기를 제조하고 생산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왜 아니겠는가. 인간은 저 지구 밖에서 공전하고 있는 인공별, 인공위성도 만들어낸 영특한 존재이다. 46억년 지구의 진화 끝에 산출된 가장 복잡한 기관이라는 뇌(brain)의 기능을 인위적으로 가동시켜 가상의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도 창출해내는 영민한 동물이다. 하물며 지구 위, 이 땅에서 인공적인 고기쯤이야 제작해낼 수 있다. 생명체의 고통을 수반하지 않고도 청결한 방법으로 단백질을 배양하는 것이 가능함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엄선된 식물성 대체 식품은 이미 식료품점의 육류 코너로 진출하고 있다. 대학은 연구에 뛰어들었고, 벤처 자본은 과감하게 투자되고 있으며, 소비자의 관심은 날로 증가되고 있다. 기술혁명과 소비시장의 공진화로 상품의 품질 또한 빠르게 향상되고 있다. 비육류 시장은 벌써 붐이며, 대체육 시장은 이미 봄이다. 

 업계에서는 특히 2020년을 중대한 변곡점으로 삼는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기왕의 식품생산 생태계가 극적으로 붕괴된 탓이다. ‘비거노믹스’라는 신조어마저 등장했다. 서점에는 비건 관련 책들이 날마다 새로 깔리고 있고, 온라인에서는 비건 상품을 소비하는 모습을 인증하고 과시하는 이미지가 흘러넘친다. 관련 기업들을 망라하는 비건 박람회도 여러 차례 열렸다. 달아오르는 시장만큼이나 백가쟁명, 이름도 다양하다. 'Beyond Meat', 'Clean Meat', 'Cultured Meat', 'Advanced Meat' 등 정명을 둘러싼 패권다툼이 치열하다. 고로 마이셀프로젝트의 사성진 대표 또한 한참 핫한 블루오션을 개척하고 있는 기민하고 세련된 스타트업 CEO를 떠올리기 십상이다. 이미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선정하는 ‘사내벤처 육성 프로젝트’ 우수 벤처팀에 선정되었을 만큼 공적인 인정도 받고 있다.

 그러나 내가 이 분을 <DEEP FUTURE>를 열어가는 첫 번째 인터뷰 대상자로 꼽은 이유는 소소하고 사소한 일상다반사 때문이다. 사업의 방향성과 일상의 전환이 포개지는 점 때문이었다. ‘글로벌 그린 뉴딜’로 그린테크(Green Tech)에는 벌써 뭉칫돈이 굴러다니기 시작했다, 녹색 돈 냄새를 맡고 재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여느 사업가들과는 결이 다르다. 라이프스타일도 통째로 바꾸고 계신다. 대기업을 떠나면서 사무공간과 거주공간도 확 바꾸었다. 처음 만났던 강남역 근방의 서울사무소도 지난해 홍역을 치렀다고 한다. 코로나 확진자가 나와 건물 전체가 오래 폐쇄되었고, 수백 명 근무자 전원이 검사를 받아야했다. 밀집되고 밀폐된 공간에서 밀접하게 접촉하는 기왕의 오피스 문화의 대안을 강구해야 하는 것이다. 이번 팬데믹이 지나가더라도 또 다른 역병의 출현이 숱하게 일어날 것임을 능히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탈서울 행렬에 동참해 새 거처로 삼은 곳은 경기도 여주이다. 여전히 수도권 아니냐 강변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 그의 보금자리가 터하고 있는 집은 여주시하고도 강천면, 강천하고도 외곽의 적막한 산골짜기였다. 여주 역에 내려 터벅터벅 두어 시간을 걸어야 닿을 수 있는 곳이다. 사방은 이틀 전에 내린 눈이 채 녹지 않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었고, 500평 남짓한 텃밭에는 들깨며 파며 고구마며 올 한해 농사를 지은 흔적이 남아있었다. 대문이 없는 외딴 집에 당도하자 나를 가장 먼저 맞아준 이는 하얀 털 강아지이다. 유기견이라고 한다. 이름을 ‘우주’로 지어주었다. 이 녀석이 집으로 들어오면서 새로운 세계가 열렸다는 뜻이란다. 잡종이라고 하니 유니버스(universe)보다는 멀티버스(multiverse)가 어울리겠다. 짬이 날 때마다 세 딸과 강아지와 이산 저산 산책하는 것을 즐긴다. 버섯 전문가 아빠이니 여기저기 소상히 살펴보며 고사리도 캐오는 재미가 제법 쏠쏠할 법하다. 도시아이, 벌레를 지독히도 무서워하여 시골로 이사하는 것을 꺼려했던 딸들이 이제는 뱀도 잡아 놀 정도가 되었다고 한다. 한 반에 열 명 남짓, 전교생이 100명도 안 되는 산골 초등학교에 줄줄이 총총히 다니고 있다.

 생체역학을 전공한 엔지니어답게 2층집 자택 또한 직접 설계했다. 태양광으로 모든 전력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친환경 에코하우스이다. 외출할 때에는 태양광으로 생산된 전기로 충전된 전기차를 몰고 다닌다. 세 딸의 방에는 산과 하늘이 내다보이는 커다란 창문을 달아주었고, 방마다 딸린 문을 열고 나가면 곧장 마당으로 이어진다. 2층에는 다락방도 꾸며주었다. 까르르르 세 자매가 웃는 소리가 들리는데 정작 어디 숨어있나 했더니, 그들만의 비밀 아지트, 다락방에서 놀고 있었던 것이다. 다락방과 함께 가장 공을 들인 곳은 주방 겸 거실이다. 주방은 가족들 모두가 함께 쓰는 개방형 공유공간이고, 다락방은 고유하고 은밀한 사적 공간이다. 

 하얀 눈이 깔린 마당이 훤하게 내다보이는 주방 한 켠에 걸터앉아 인터뷰를 시작했다. 변함없이 노란색 둥근 안경테를 콧등에 걸쳤고, 후줄근한 회색 후드티에는 파란색 글씨로 MYCEL 로고가 박혀 있다. 마침 공장에서 배양된 버섯 균사체 고기로 만든 스튜를 한 접시 내어주신다. 본래는 작년 12월에 출시할 예정이었던 “Independence Table”의 상품일 것이다. 더 맛있는 균을 찾아 대량생산 할 수 있도록 설비를 정비하는 등, 기술적 완성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고 판단하여 공급을 미루었다고 한다. 하루라도 빨리 제품을 선보이고 시장을 선점하고 싶을 성싶은데 신중한 성품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덕분에 나는 시장 출시 이전의 신상품을 미리 시식해볼 수 있는 특혜, 특권을 누렸다.   

 야채들 사이로 저 동글동글한 물체가 바로 ‘고기’렸다. 지긋하게 첫 눈맞춤을 나누었다. 다음은 입맞춤 차례. 사뭇 진지한 마음가짐으로 숟가락을 들고 ‘고기’를 떠 담았다. 그릇에서부터 내 입 속까지, 최대한 천천히 이동시켰다. 자연적 진화의 소산인 내 몸뚱아리와 기술적 진화의 산물인 ‘균사체 고기’가 만나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과거와 미래가 접속하는 현재이자, 땅 속의 미생물이 내 위장 속의 미생물과 접촉하는 신토불이(身土不二)의 현장이었다. 경건한 자세로 입 속에서도 오래 궁글리며 차근차근 잘근잘근 씹어보았다. ‘고기’가 잘게 부수어져 나가며 그윽한 버섯향이 입가에 서서히 퍼져나갔다. 치아에 스며들고 혓바닥을 촉촉이 적시는 이 액체를 ‘육즙’이라고 해야 할까? 매끄럽게 식도를 타고 내려가는 이물감까지 또렷하게 음미해 보았다. 이것이 바로 미래의 맛일 터이다. 6번째 대멸종이 임박했다는 오늘의 인류를 되살려낼 수도 있는 인공의 입맛이며 첨단공학의 참맛이다.    

 테크놀로지의 테이스트(taste)인 동시에 매우 오래된 구수한 맛이기도 하다. 균류는 인류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지구상에 살기 시작한 미생물인 탓이다. 우리의 오랜 선조이고 선배이다. 이 묵은 미물이 최신의 생명공학과 결합함으로써 장차 100억 인구를 먹여 살리면서도 지구 환경을 푸르게 푸르게 보존할 수 있는 히든카드가 될 수 있을지 모른다. 2050년이면 지구에 100억명이 살고 있을 것이고, 고기의 수요는 지금보다 70%가 늘어날 것으로 추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동물성 단백질 생산 시스템이 유지된다면, 우리가 아는 한 우주에서 유일한 거주 가능 행성인 지구의 미래는 암울하다 하겠다. 자연스레 첫 질문은 버섯 균사체로부터 출발했다. 장엄한 지구의 역사, 장대한 지질학적 진화사의 지평에서 우리의 키친 토크는 시작되었다. 


이병한 : 사명이 ‘마이셀프로젝트’(mycelproject)입니다. ‘마이셀’, 즉 버섯 균사체가 핵심 물질인데요. 왜 이 바이오 소재를 주목하셨는지부터 듣고 싶습니다.


사성진 : 마이셀이 곰팡이에 속하는 버섯균류를 핵심소재로 사용하는 이유는 곰팡이류가 생태계에서 자연 순환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역할을 확장하여 자연계와 사람들과의 연결을 통해 산업적 순환성을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진화는 거대한 시간의 축적을 통해서 이루어져 왔고, 지구라는 행성과 지구상의 생물에게 새로운 생명의 기회들을 제공해 왔습니다. 지질시대 중 석탄기에는 목재를 분해하는 곰팡이(균)이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지구 표면에는 대량의 목재 쓰레기가 쌓여 있었죠. 석탄기 말, 진화의 결과로 백식 부후균이 나타나면서, 쌓여 있는 쓰레기들을 분해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러한 균류의 등장으로 마침내 자연자원의 순환성이 완성된 것이지요. 균류의 등장이 없었다면 지구 표면은 지금까지도 나무 쓰레기로 뒤덮여 있을 것입니다. 또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지도 못했을 것입니다.

 저는 과거에도 그랬던 것처럼 곰팡이와 같은 미생물류가 산업폐기물, 특히 플라스틱 쓰레기를 자연의 순환 고리 안에서 분해하고 새로운 자원으로 탄생시켜 우리의 미래를 구할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곰팡이 균류가 산업시스템과 자연생태계의 핵심적인 연결고리 역할을 함으로써 현재의 산업 체제를 선형구조에서 자연시스템의 순환 구조로 바꾸어 지속가능한 미래를 여는 것이 궁극적으로 마이셀이 하고 싶은 일입니다.



“유기 공업”과 “생태 공학”  


3. 에코(eco)와 바이오(bio) 


이병한 : 과거의 미생물 균류가 했던 역할을 미래 기술로 전환하여 또 한 번 지구 생명의 진화에 일조하겠다는 발상이 매혹적입니다. 마치 테크놀로지를 장착하여 환경운동을 하시는 것도 같은데요. 저도 2021년 새해를 맞이하여 100일간 ‘비육식 두 끼’를 시도하는 모임에 들어가 있습니다. 오랫동안 이 땅에서 생명평화운동을 선구적으로 펼쳐 오신 분들이 주축인데요. 그런데 그분들과 교류하다보면 과학과 기술에 대한 관심이 무척 미약하다는 인상을 자주 받습니다. 무심함을 넘어서 때로는 반감이랄까, 적대감을 드러내기도 하고요. 생태운동과 생명공학 사이의 이 아득한 간격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사성진 : 너무 거대한 질문이고 자칫 오해를 살 수 있는 부분이 있어 조심스럽습니다. 이제 갓 출발한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사람에게 적절한 질문인가를 먼저 고민하게 됩니다. 생태운동과 생명공학의 간극은 그동안 과학기술이 노정했던 속성과 그로 인한 모순들에 기인하는 것 같아요. 과학계에 만연한 환원주의나 기계론적 자연관으로 학문이 지나치게 세분화되면서 예상치 못한 난제들이 숱하게 쏟아졌지요. 또 자본과 결탁한 과학기술이 지배체제를 공고히 하고 소비지상주의, 공동체 해체 등 여러 사회문제들을 초래하기도 했고요, 반면으로 저 역시도 생태진영, 녹색마당에 몸담은 분들을 종종 만나 뵈었습니다. 저로서는 다소 배타적인 마음이 강한 게 아닐까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래서는 과연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인가 의구심도 품었고요. 현재의 시스템이 총체적으로 바뀌어야 하고, 그 시스템 안의 계급 구조 또한 바뀌어야 하지 않겠어요? 그런데 그 분들은 시스템 자체를 거부하고 계신 것 같았습니다. 그러면 그럴수록 고립되고 소외되는 것이 아닐까. 정말로 절실하게 산업문명 이후의 새로운 문명을 갈망한다면 시스템 안으로 들어와서 이기는 싸움을 해야 하지 않을까.  

제 기준으로 말씀드리면, 양자 간의 간극은 사고방식과 해결방법의 차이에서 기인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엔지니어, 공학자로서 무엇이 더 효율적이고 효용적인가의 관점에서 접근합니다. 생태문명을 선험적으로 지향하기보다는, 생태 시스템이 가장 합리적이고 효과적이기 때문에 그에 기초하여 산업 시스템도 바꾸어 가야한다는 입장인 것이죠. 

 

이병한 : 생태농업이랄까요, 유기농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흙에 뿌리를 내린 생태주의와 실험실이나 연구소, 혹은 공장으로 상징되는 푸드테크 사이에는 여전히 감수성의 차이가 큰 것 같습니다. 



사성진 :  일단 마이셀프로젝트는 ‘푸드테크’(Food Tech)보다는 ‘애그리테크’(Agri Tech)가 맞는 것 같고요. 애그리테크, 라는 말 자체가 상징하듯이 더 이상 농업과 공업을 무 자르듯 나눌 수 없다고도 생각합니다. 공학은 점점 더 생물학에 근접하고 있으며, 유전자 편집기술처럼 생물학은 갈수록 공학과 밀접해지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더더욱 그러할 테지요.

실상은 농업의 출발부터가 자연을 거스르는 인위적인 기술 개입의 소산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연 그대로 두었다면 1만 년 전의 그 농업혁명도 일어날 수가 없었겠죠. 식물을 재배하여 작물로 가꾸고, 동물을 길러서 가축으로 만드는 일련의 작업이 곧 공학적 실험이거든요. 논과 밭이야말로 자연에 대한 인간적 개입으로 조성된 인공 환경이었던 것이고요. ‘인공호수’라 할 수 있는 저수지도 마찬가지죠. 즉 일백 년 전의 공장식 축산 이전에 일만 년 전의 가축화 역시도 ‘자연스러운 것’은 아니었던 것입니다.

우리는 이미 ‘인공조명’으로 해가 진 밤에도 불을 밝히고 있고, 한겨울이 아니더라도 암모니아를 활용하여 ‘인공 얼음’으로 작동하는 냉장실을 돌리며 일상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시험관 아기는 낯설고 어색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떻게 되었나요? 인공적 개입의 도움을 빌어 쌍둥이를 낳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자연임신이 바람직한 것이고 인공임신은 부자연스러운 것이라 말할 수 있을까요? ‘인공 고기’나 ‘인공 가죽’ 또한 비슷한 궤적을 밟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병한 : 재미있는 말씀입니다. 마이셀프로젝트가 하려는 일을 유기농과 생명공학의 접점, ‘유기 공업’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땅을 밟고 바람을 마시고 비를 맞으며 농사를 짓는 행위 속에는 자연과 더불어 생산을 한다는 생태적 감각이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것 같거든요. 땅에 대한 존엄과 농사라는 행위의 위엄을 느끼게도 되고요. 하늘과 땅과 사람의 합작품, 천지인의 조화를 체감하게 되는 것이죠. 그런데 단백질 공급을 배양소에서 대신하게 된다면 자연의 위대함과 아름다움에 대한 감각은 확실히 줄어드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사성민 : 자연의 위대함이나 아름다움에 대한 감각은 생산과 소비가 글로벌화 되면서 확실히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특정 제품을 소비할 때 그 원료가 대체 어디서 어떻게 생산되지는 전혀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잖아요? 관건은 자연과 자본 사이, 야생과 인공 사이의 다리를 만드는 것 같습니다. 자연의 생태 시스템도 무수하게 많은 메커니즘이 켜켜이 쌓여서 축적된 것이잖아요. 자본의 시스템은 그 자연 시스템에 기초해서 작동할 수 있는 것이고요. 저는 기왕의 공학 또한 대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유기공업’이라는 표현에 빗대자면, ‘생태공학’이 필요하다고 할까요. 가령 저희가 하려는 균사체 기반의 단백질 공급과 비건 가죽의 생산 또한 자연과 깊이 연동되어 있습니다.

가령 코로나 팬데믹 이후에 식량 관련 선물시장의 가격이 계속 상승하고 있습니다. 그 저렴하던 설탕의 가격조차 굉장히 비싸질 수 있어요. 버섯 균을 배양하여 인공고기를 만들고 인공섬유를 짓는 데에는 반드시 발효 기술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설탕 가격이 점점 높아지면 공학에 기반한 단백질 생산의 비용도 굉장히 올라가게 되는 것이죠. 현재의 10배 이상으로 상승한다면 저희의 사업 모델은 성립조차 될 수 없습니다. 즉 자본과 자연은 애당초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 것입니다.       

 

이병한 : 생태주의의 고전으로 <오래된 미래>라고 있지요. “라다크로부터 배우다”가 부제인데요. 저 또한 과거로의 회귀가 과연 미래를 열어줄 것인지 반신반의하는 측면이 없지 않습니다. 과학과 공학과의 적극적인 결합으로부터 미래를 창조해가는 새로운 방향에 훨씬 더 관심이 기울어지고 있고요. ‘오래된 미래’(Ancient Future)보다는 ‘깊은 미래’(Deep Future)라는 표현을 선호하는 까닭입니다. 지난 30년 IT혁명을 촉발했던 하이테크(High Tech)와는 다른 지향으로 지구와 생명의 진화에 일조하는 기술을 딥테크(Deep Tech)라고 하더군요. 마이셀프로젝트가 확보하고 있는 테크놀로지야말로 딥테크가 아닌가 싶습니다.     



사성진 : 마이셀의 기술을 멋진 단어로 표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는 범용화 된 기술을 다른 성격으로 활용하는 쪽에 가깝습니다. 범용적 기술은 그 해당 분야에서는 흔한 것이겠죠. 미디어에서 다른 컨텍스트와 컨테이너에 따라 컨텐츠의 파급력이 달라지는 것처럼 범용적 기술 ㅍ또한 어떤 관점으로 어디에 활용하는가에 따라 효과가 달라집니다. 마이셀의 기술적 본질 또한 버섯농업과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 기술로 버섯을 키울 것인가? 아니면 산업시스템 전체를 바꾸는 데 활용할 것인가? 질문에 따라서 기술의 가치가 바뀌는 것입니다.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마이셀프로젝트의 기술은 점점 더 고도화되고 있습니다. 따지고 보면 효모의 발효에 기댄 맥주나 요구르트야말로 최초의 생명공학 테크놀로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치와 된장, 치즈 같은 음식도 마찬가지이고요. 공학이나 기술이라는 단어에서 비롯하는 거부감부터 거부해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식탁은 인간과 자연을 잇는 생태적 연결고리일 뿐만 아니라, 인간과 자본이 만나는 기술적 연결망이기도 합니다.   



이병한 : <Rethink X>라는 자료를 추천해 주셨잖아요? 덕분에 굉장히 흥미롭게 탐독했습니다. 그런데 그 책에서는 과학기술보다 더 나아가던데요? 음식(Food)을 소프트웨어(Software)로 접근합니다. 이런 파격적 주장은 기존의 생태주의자에게 반감을 넘어 분노를 일으키는 표현이 아닐 지요? 불경하달까?



사성진 : 영양학적으로 음식이란 단순히 영양분의 조합, 영양소의 패키지입니다. 단백질과 지방, 탄수화물과 비타민, 미네랄 등등이 결합된 것이죠. 그 중에서도 단백질은 모든 세포들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성분입니다. 이 필수 영양소를 얻기 위해서 인간은 그동안 거대한 유기체, 즉 동물을 자르고 찢어서 필요한 영양분을 추출해온 것이지요. 필요하지 않는 부위는 버려졌고요. 어마어마한 육류 폐기물을 생각해보면 정말로 비효율적인 식량생산체제였다고 하겠습니다. 대형 유기체를 난도질하는 도살은 너무나 힘들고, 너무도 값비싼 방법이었던 것이죠.  그런데 앞으로는 정밀 생물학의 발전으로 필요한 영양소를 필요한 만큼만 조립하고 조합해낼 수 있게 됩니다. 미생물을 프로그램화 하여 복잡한 유기 분자도 생산해낼 수 있게 되는 것이죠. 그것도 매우 정확하고 다루기 쉬운 방식으로요. 



이병한 : 저는 한국의 생명운동의 원조로 동학운동을 꼽는데요. 동학쟁이들이 “이천식천”(以天食天)이라는 문자를 즐겨 썼습니다. 하늘로 하늘을 먹는다. 하늘이 하늘을 먹는다. 생명의 생태적 순환 과정을 기가 막히게 잘 표현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제는 적출이 아니라 창조라니, “작천식천”(作天食天), 하늘을 지어서 하늘을 먹는다, 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군요.



사성진 : 상상력을 해방시켜야 합니다. <Rethink X>의 발효기술을 통한 원료 생산 또한 음식을 소프트웨어화 하는데 필요한 기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소프트웨어가 된 푸드는 계절과 날씨, 가뭄과 질병 등 여타의 자연적, 경제적, 정치적 요인들로부터도 자유로워집니다. 즉 지정학이나 지경학의 조건이라는 구속에서 벗어나는 것이죠. 탈중앙화와 현지화, 로컬 비즈니스로 진화할 수도 있습니다. 식량 생산과 유통과 소비의 그 어마어마하게 긴 탄소발자국을 대폭 줄이면서도 더 안정적으로 식량 공급이 가능해지는 것이죠. 회복탄력성 측면에서도 환영할 일입니다.   



이병한 : 요리사, 셰프라는 직업이 한창 각광을 받고 있는데요. 조리사를 앞으로는 ‘푸드 엔지니어’라고 부를 수도 있겠습니다. 



사성진 : 현실화된다면 푸드 엔지니어링 네트워크도 만들어질 수가 있겠죠. 마치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디자인 앱을 활용하여 끊임없는 업데이트와 업그레이드를 변주하듯이, 푸드 엔지니어들이 제작한 음식의 레시피를 데이터베이스에 업로드하면 그것이 일종의 디지털 분자 요리책으로 진화하게 되는 것이죠. 세계 어느 곳의 푸드 엔지니어들도 세계 어떤 곳의 새로운 음식을 실시간으로 조합해낼 수 있게 됩니다. 더 싸게 더 맛있는 음식을 더욱 빨리 접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이병한 : 단백질원의 대체로 인한 경제적 효과도 적지 않을 것 같습니다.  



사성진 : 미생물을 기반으로 한 정밀 발효 기술을 통해 대체 단백질을 생산하면 그 비용이 설탕 가격에 수렴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2030년까지 기존 비용의 1/5로 줄어들고, 2035년까지는 1/10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면 미국의 경우, 평균 4인 가구당 식비가 1,200달러 이상 절감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130만원 안팎이니 가계에 쏠쏠한 도움이 되겠지요.       



이병한 : 환경적 개선 효과도 크던데요.



사성진 : 일단 공장식 축산을 위해 사료 공급용으로 조성된 옥수수와 콩 농장이 대거 사라지게 되겠죠. 가축을 길렀던 목장과 그 가축을 먹이기 위해 만들었던 농장의 토지 가운데 60% 이상을 다시 숲으로 되돌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합니다. 토양 생태계를 되살리는 다년생 식물들도 복원될 것입니다. 동물성 단백질을 생산하느라 탄소를 내뿜었던 땅이 재차 탄소를 저장하고 산소를 배출하는 생태적 공간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이죠. 규모로 치자면 아이오와주의 13배에 해당한다고 해요. 1803년 루이지애나 주 구입에 맞먹는 어마어마한 사이즈입니다. 

또 동물 사육, 특히 소에서 배출되는 메탄과 탄소의 양이 엄청났잖아요? 2030년까지는 그 온실가스 또한 60%, 2035년까지는 80%까지 감축될 수 있습니다. 농업과 축산업에 필요했던 석유 수요도 절반 이하로 떨어질 것입니다. 물 사용량은 2030년까지 50%, 2035년까지는 75% 이하로 줄어들 것이고요. 각종 동물 폐기물과 호르몬, 항생제에 의한 강과 호수, 바다의 오염 등 수질개선도 대폭 개선이 되겠죠. 실제로 <프로젝트 드로다운>에서 기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한 현존하는 기술을 뽑았는데요, 상위 20개 기술 중 12가지가 소규모 농업 및 식품과 관련된 항목이었습니다. FOOD & LAND가 핵심적입니다. 



이병한 : 동물해방 측면에서도 획기적입니다. 



사성진 : 맞습니다. 최종적으로 완벽한 인조 스테이크 생산까지 도달하게 되면 기존의 축산업은 완전히 소멸할 것입니다. 시장의 진화에 의한 파괴적 혁신이 바로 이러한 것이죠. 가장 먼저 소가 해방될 것이고 닭과 돼지와 생선도 그 뒤를 이을 것입니다. 오로지 먹히기 위해 고기로 태어났던 비극을 중단시킬 수 있는 것이죠. “beef”는 사라지고 “cow”가 되돌아올 것이며, “pork”는 없어지고 “pig”가 되살아날 것입니다. 돌아보면 고래와 말 등의 동물해방도 기술의 진화와 긴밀하게 연동되어 있었습니다. 19세까지 고래 사냥은 대개 등유 램프, 고래 기름을 얻고자 했던 것이지요. 20세기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함으로써 고래 시장 자체가 사라져버린 것입니다. 19세기까지도 주요한 이동수단은 말이었습니다. 더우나 추우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사람과 물건을 실어 나르느라 말들은 가혹한 채찍질을 감당해야 했습니다. 이들의 잔혹사를 끝낸 것 역시도 헨리 포드가 ‘인공 마차’, 자동차를 발명해낸 덕분이죠. 전구와 자동차가 20세기를 상징하는 기계공학의 산물이라면, 21세기는 생명공학에 힘입어 동물해방에 혁혁한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병한 : ‘할랄 식품’이라는 것이 있죠. 청결하게 기르고 고통이 덜한 죽음을 요청하는 이슬람식 윤리가 반영된 식문화인데요. 저도 종종 이태원까지 가서 뉴질랜드산 할랄 양고기를 사고는 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겨울, 정작 뉴질랜드를 가보았더니 광활한 목초지에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소와 양의 풍경이 무척 기괴하게 보이더군요. 인구는 고작 500만인 나라에서 가축은 5,000만 마리를 기르고 있는 아이러니. 그 목초지라는 ‘인공자연’을 조성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숲이 사라졌을까도 상상해보게 되었고요. 왜 그토록 청정한 뉴질랜드가 ‘기후악당국가’로  손꼽히는가 의아했는데 현장을 방문하니 직관적으로 이해가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육류 소비를 줄이면 개개인의 건강에도 이로울 것입니다. 



사성진 : 맞습니다. 동물성 단백질의 과다 섭취로 인한 각종 질병의 개선에도 기여할 것입니다. 미생물 혹은 식물성 단백질을 원료로 한 대체육을 섭취하면 혈액 내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아진다는 연구 논문들이 많이 나와 있습니다. 심장병, 비만, 암 등에 지불되었던 의료비용도 대폭 줄어들 수 있고요. 값싸고 맛좋은 단백질의 생산과 공급은 발전도상국에도 기아 문제를 해결하는 등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입니다. 식물성 단백질 대체육 공급은 더욱 건강한 세상으로 가는 지름길입니다. 그런 세상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4. 비거니즘 : 열풍과 거품 사이   


이병한 : 마침 동물해방, 환경보호, 건강 증진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비건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제가 박사논문을 쓰러 UCLA에 공부하러 간 것이 꼭 10년 전, 2011년이었는데요. 그때 처음으로 비거니즘을 접했습니다. 한국에서도 <녹색평론> 등을 통하여 기업형 농업의 해악이나 공장식 축산의 병폐를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었지만, 몸의 변화까지 이끌어내지는 못했거든요. 고기를 찾아다니며 먹지도  않았으나, 그렇다고 굳이 고기를 마다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라이프스타일 실험의 최첨단을 달리는 캘리포니아에서는 이미 채식주의에 동참하는 이들이 적지 않더군요. 그럼에도 당시만 해도 여전히 어쩐지 지하서클 같은 느낌이 없지 않았습니다. 고등교육을 받은 중산층의 구별 짓기라는 혐의도 없지 않았고요. 그러나 지난 십년 사이, 지금은 한국에서도 꽤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 같아요. 소수자 문화에서 주류적 생활방식으로 진화했다고 할까요. 넷플릭스의 <게임 체인저> 등도 비건 문화의 확산에 기여를 하지 않았나 싶고요. 인스타그램에 접속하면 비거닝을 시작한 분들을 거듭 친구추천으로 알려줍니다. 새해가 되면서 그 숫자가 부쩍 늘어나고 있습니다. 채식주의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마이셀의 대체육 브랜드인 <인디펜던트 테이블>도 비건 시장을 겨냥한 것일까요?



사성진 : 매우 민감한 주제인데요. 저로서는 이전의 생태주의에 일정한 배타성이 있던 것처럼, 현재의 비거니즘 또한 또 하나의 편향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역시나 공학자로서 과연 시스템의 전환에 얼마나 효율적일 것인가를 고민하게 되는데요. 식물만 먹으면 과연 개개인은 더 건강해지는 것인지, 지구 환경은 더 개선되는 것인지 면밀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불의 발명 이후로 인류는 고기를 섭취하게 되었을 것이고, 그 공학적 성취의 소산으로 열량을 대량 보급하고 뇌를 향상시키면서 현재의 지배적인 종이 될 수 있었던 것이거든요. ‘잡식동물의 딜레마’를 푸는데 채식이 꼭 정답인지는 여전히 의문입니다. 무엇보다 ‘비거노믹스’에 기민하게 참여하고 있는 대기업, 대자본이 과연 얼마나 환경을 염두에 두고 있는지도 잘 살펴볼 필요가 있어요. 끊임없이 새로움을 탐닉하는 자본주의의 상품 논리의 변형일 가능성도 적지 않거든요. “고기 없는 월요일”처럼 일주일에 하루 이틀 실천하는 운동이나, “VB6”(오후 6시 전까지는 채식) 등 너무 심각하지 않게 가볍게 출발하는 것으로도 충분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저희 또한 비건식품이나 비건가죽 시장만 보고 대체육 비즈니스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유행이라고는 하지만 실제로 비건 시장은 여전히 전체 식품이나 의류 시장의 규모에 비하자면 미미한 정도입니다. 플렉시테리안 등 한층 더 많은 사람들이 더욱 많이 소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이지요. 



이병한 : 서울시 교육청이 채식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채식의 날’을 만들어 학교 급식을 시도한 모양인데, 도리어 음식물 쓰레기가 더 많이 나왔다고 하더군요. 특히 성장기의 남자아이들이 채소 반찬을 거의 다 버린 후에 학교가 마치자마자 패스트푸드점으로 달려가 햄버거를 폭풍흡입 하더라는 에피소드입니다.



사성진 : 세 가지 길이 있는 것 같습니다. 모두가 채식주의가 되는 길, 채식을 외면하고 무시하는 길. 전자는 불가능할 것이고요, 후자는 개선의 여지가 없는 것이죠. 그렇다면 결국 방법은 제3의 길, 무언가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입니다. 버섯 균사체로 식물성 단백질을 제조해내는 저희도 그 세 번째 길을 개척하고 있는 셈이고요. 학교나 군대, 병원이나 기업의 구내식당 등등에서도 일괄적으로 채식을 제공하기보다는, ‘채식 선택권’을 보장해주는 쪽이 적절한 접근 같아요. “인디펜턴트 테이블”의 배양육이 대량생산 단계에 이르면 채식 선택권의 일환으로 급식 공급을 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습니다.



이병한 : 육식에서 채식으로의 전면적 전환, 비건이 뉴노멀이 되기보다는 육식 최소주의라고 할까요, 미니멀리즘으로 가는 쪽이 더 합리적이라는 뜻으로 접수하겠습니다. 따지고 보면 본래 고기를 먹는다는 일은 백년 전만 하더라도 ‘별미’에 해당했겠죠. 육식은 주식이 아니라 별식이라는 본래의 위상으로 되돌아 가야하지 싶습니다. 정책적 개입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기왕의 동물성 단백질 생산에 소요되는 사회적, 환경적 외부 효과를 충분히 반영하고 구매 선호의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서 육류세라고 할까요, 마치 담배에 무거운 세금을 매기는 것처럼 고기 소비에 세금을 더 부과하는 재정적인 역인센티브도 고려해 볼 수 있겠습니다. 



사성진 : 공장식 축산의 부정적인 결과로 조류독감 등의 비상사태가 주기적으로 일어나잖아요? 그때마다 정부와 지자체는 살처분으로 대처하죠. 그런데 그 살처분 이후의 환경적 비용도 어마어마한 것이거든요. 사체가 부패하면서 박테리아 번식이 엄청나게 증폭하고요. 특히 여름에는 문제가 심각합니다. 여기에서도 균사체가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동물의 시체를 미생물적으로 분해해서 최대한 일찍 자연으로 돌아가도록 돕는 것이지요. 박테리아 증식은 최대한 억제하면서도, 토양의 회복은 최대한 빨라지게 만드는 것입니다. 조금 더 나아가면 지역에서 배출되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미생물적으로 분해하는 작업도 가능해요. 균사체가 폐휴지를 분해해서 재생지 포장지를 만들어 지역에서 재활용하는 일도 시도해 볼 수 있겠지요. 제가 균류의 가능성에 푹 빠져있는 이유 또한 식품과 가죽에 한정되지 않고 로컬 단위의 순환경제 구축에도 크게 일조할 수 있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입니다. 



5. 그린와싱과 그린뉴딜 


이병한 : 말씀만으로도 신박하네요. ‘기술에 의한 정화(淨化)’라고도 할 수 있고, ‘시장을 통한 성화(聖化)’라고까지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자연과 자본의 화해이자, 성과 속의 화합이라고나 할까요. 작년 11월에 환경재단과 함께 주최했던 한국생태문명프로젝트회의의 ‘전환을 위한 스타트업’ 섹션에서 발표를 해주신 적이 있습니다. PT 자료를 다시 살펴보니 ‘그린 와싱’(녹색 세탁)이라는 표현이 눈에 확 띄었습니다. 특히 지금까지 대체육 시장을 주도해왔던 콩 기반 대체단백질 상품에 대해서 의문을 표하셨는데요. 더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사성진 :  작년(2020년) 초에 <네이처>에 관련 논문이 발표된 적도 있습니다. 식물성 대체육이 기왕의 공장식 축산에 기초한 동물성 단백질 공급보다야 더 생태적 효과가 뛰어나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죠. 다만 조금 더 장기적으로 보자면 그 식물성 단백질이 과연 어디에서 나올 것인지를 면밀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결국 대규모 기업농에서 대두를 생산하고 있거든요. 그 기업농들이 콩을 재배하는 방식을 보면 결코 생태 친화적이지 않아요. 토지에서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역할을 해주는 것이 미생물인데, 대규모 대두 재배에는 화학비료가 필히 사용되는 고로 토양미생물 또한 거개가 죽고 마는 것이죠. 토지의 질이 나빠지고 사막화를 야기합니다.

또 노지에서 대량생산 방식으로 재배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후변화에 갈수록 취약하다는 약점도 점점 더 커지게 될 것입니다. 가뭄이나 화재, 홍수 등등 기후재난이 갈수록 빈번해지잖아요? 그렇다면 대두의 수확과 공급에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고, 콩을 주원료로 하는 식물성 대체육의 가격은 도리어 더 높아질 수도 있습니다. 대기에 CO2 농도가 높아지면 식물 내 단백질 함량의 비중이 축소되기도 합니다. 동물성 단백질을 대체할 수 있을 만큼의 대두를 생산하려면 그만큼 많은 대지를 활용해야 하는데, 또 그만큼이나 대기의 이산화탄소 비중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단백질 함량이 줄어들고 만다는 딜레마에 빠지게 되는 것입니다.

재배 이후에도 여전히 민감한 문제가 발생합니다. 아무래도 콩으로 만든 인공 고기의 식감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거든요. 그러다보니 적지 않은 첨가제들이 들어가고 있어요. 그 첨가제들을 꼼꼼히 살펴보면 GMO 이슈까지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비건 식품이라는 광고 효과만 취할 뿐 실제로는 가공식품의 끝판왕인 경우가 많아요. 앞으로 콩고기를 구입하실 때는 반드시 성분 확인을 해보시길 권합니다. 화학 실험 기구 목록을 읽는 것 같은 기분이 드실지도 모릅니다. 즉 이런 사안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본다면 콩기반 식물성 대체육이 과연 친환경적이며 건강한 먹을거리인가 판단이 쉽지 않은 것이죠. 저는 비건 시장에 속속 진출하고 있는 대기업, 대자본들의 녹색 이미지 세탁, 그린 와싱(Green Washing)의 혐의가 적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병한 : 제가 처음 대표님 뵙고 이 사업이 가능성이 있겠구나 싶었던 것은 버섯 특유의 식감 때문이었습니다. 버섯은 본래 고기에 못지않게 고유의 씹는 맛이 있지 않습니까? 저는 개인적으로 버섯전골을 먹으면 고기보다 버섯을 더 많이 먹게 되는 것도 같고요. 



사성진 : 버섯의 균사체를 배양한 대체육이라고 해서 버섯의 텍스쳐가 그대로 고기 식감으로 가는 것은 아닙니다. 자실체를 쓰는 것이 아니니까요. 



이병한 : 그런가요? 그건 좀 많이 아쉬운 것 같습니다. 



사성진 : 다만 근섬유 모사를 통한 텍스쳐 만들기는 콩보다 버섯이 훨씬 유리한 것이죠. 그만큼 대체육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투입되는 화학첨가물은 줄어들 수 있을 것이고요.   

 

이병한 : 대체육이 있고, 또 배양육이라는 것도 있지 않습니까. PT 자료에 보면 2018년 식물성 대체육에서 2030년 배양육으로 가는 이행 단계에 마이셀프로젝트를 위치시켰던데요. 그럼 현재의 사업모델은 중간 단계로 이해해도 되는 것일지요? 2030년이 되면 3D 프린터를 이용해서 각 가정에서 직접 배양육을 만들어 먹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더군요. 



사성진 : 일단 현재의 기술적 수준에서 배양육은 모순이 너무나 많습니다. 동물세포를 실험실 안에서 배양하는 데에는 소태아의 혈청(륜)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말 그대로 태어나기 전의 소태아에서 혈청을 뽑아내서 줄기세포를 증식시키는 것이죠.  소태아 혈청은 도살장에서 갓 잘라낸 소태아의 박동하는 심장에 바늘을 찔러 넣어 추출해요. 태아가 죽을 때까지 약 5분 동안 심장에서 피를 뽑아내고 그 다음에 혈청을 추출하는 것이죠. 혈청에는 세포와 혈소판 혹은 응고인자는 없지만, 세포가 증식하게 하는 영양분과 호르몬, 성장인자는 있기 때문입니다. 백신을 개발하거나 암과 에이즈 치료제 개발 등 의학 연구에서는 필수적인 재료입니다. 즉 배양육의 수요가 늘어난다면 그만큼이나 많은 소의 태아가 필요하다는 말이 됩니다. 기왕의 공장식 축산에서 ‘고기로 태어난’ 동물들의 비극적 삶이 문제였다면, 배양육은 ‘태어나지도 못한’ 소가 오로지 혈청 제공의 수단으로 전락한다는 모순이 생깁니다. 생명의 가치와도 위배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지요. 

게다가 소태아 혈청은 무척 비쌉니다. 1리터에 7~80만원을 호가해요. 최초로 배양육 패티를 쓴 햄버거 하나를 생산하는 데 50리터의 혈청이 필요했다고 해요. 어처구니없을 만큼 비싼 햄버거였던 까닭이지요. 3D 프린터 역시도 비용적인 측면에서 아직은 한계가 있습니다. 동물세포의 그물망을 만들어 3차원으로 증식시켜서 고기 형태를 조합해내려면 굉장히 면적이 큰 프린터가 필요하거든요. 저는 굳이 단백질 공급을 위해서 대면적 3D 프린터를 만드는 것이 과연 합리적일지 의문입니다. 오히려 의료형 인공 장기를 만드는 쪽으로 기술을 고도화시키는 게 더 의미가 있겠죠. 



이병한 : 그렇군요. 스마트팜도 비슷한 문제가 있는 것일까요? 생태적으로, 또 경제적으로?



사성진 : 현재의 기술 역량에서 스마트팜의 최대 문제는 주식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겠죠. 쌀이나 보리, 밀 등 주요 식량을 키우기는 힘들어요. 상추 같은 잎채소나 방울토마토 정도가 적당한 단계이죠. 스마트팜은 어디까지나 보완의 영역이지 대안이 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합니다.  



이병한 : 균사체 기반의 단백질 공급의 미덕으로 ‘고유균’이라는 점도 꼽으셨던데요. 우리나라 우리 땅에서 자라는 토종 버섯으로 만든다는 뜻인가요?



사성진 : 그렇습니다. 외국의 버섯을 사용하려면 생물다양성 협약에 근거해서 라이선스를 지급해야 합니다. 저희는 오로지 국내의 균사체만 배양하는 것이죠. 그래서 더욱 생태적인 의미도 크다고 생각해요. 기존의 동물성 단백질은 말할 것도 없고 콩 기반 식물성 단백질 또한 탄소발자국이 꽤나 길었거든요. 균사체 기반 단백질은 로컬에 기초해있기에 탄소발자국을 극적으로 줄일 수 있는 것입니다. 또 다른 측면에서 저희가 만드는 ‘인디펜던트 테이블’이 외국에서도 소비된다면, 우리나라의 고유균을 해외로 수출한다는 의미도 품게 있는 것이죠. 그래서 농촌진흥청에서도 관심을 기울여 주실 만한 사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병한 : 한국이 버섯 재배에 유리한 나라인가요?



사성진 :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아무래도 고온다습한 나라가 미생물 다양성이 더욱 풍부하죠. 다만 버섯 균사체는 토양을 직접 사용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주로 산림 바이오매스, 쉽게 말해 톳밥을 사용해 배양하는 것이죠. 한국은 전체 국토 면적의 7할이 산이잖아요. 스마트 포레스트(Smart Forest), 미래형 임업과도 접점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이병한 : 잘 알겠습니다. 주로 대체육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마이셀프로젝트의 주력 제품군에는 비건 가죽도 있잖아요. 이쪽으로도 설명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사성진 : 제가 원래 자동차 회사의 엔지니어였잖아요. 대체 가죽은 당시부터 줄곧 관심을 가졌던 분야입니다. 기존의 가죽 산업은 기업형 목축의 부산물 산업이고 블랙스미스(Blacksmith)가 선정한 세계 3대 오염산업 중의 하나입니다. 버섯균사체를 통해 동물가죽의 원피를 대체하는 소재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천연바이오플리머를 원피와 결합시켜 기계적인 물성을 증가시켜서 가죽화하는 기술을 개발해낸 것이죠. 좌석부터 핸들까지 자동차에 의외로 가죽 제품이 많이 필요합니다. 이 시장 또한 파괴적 혁신으로 돌파구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전망합니다.

 

이병한 : 비건 패션도 한창 뜨던데요? 



사성진 : 맞습니다. 저희들에게도 아티스트나 디자이너들의 협업 문의가 자주 들어와요. 안경점의 공간 디자인을 비건 가죽으로 해서 이미지를 제고하는 경우도 보았습니다. 생물 소재를 사용하는 독특함에서 비건 디자인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추구하는 것이죠. 균사체를 통한 지속가능한 디자인이라고 할까요? 저희도 설치 미술가 등과 협력해 전시회를 열어보고 싶은 생각도 있습니다. 메이저 패션업체들이 선도적으로 시장을 개척해준다면 오히려 이쪽에서 대체육 시장 이상의 더 큰 사업적 기회가 열릴 수도 있지 않을까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병한 : 예술 쪽에서는 바이오아트(Bio Art)라는 개념도 등장했더군요. 정말로 마이셀프로젝트 한 기업을 위해서가 아니라, 온 나라와 온 생명 전체를 생각해서도 하시는 일이 잘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큽니다. 그럼에도 스타트업을 꾸려나가시려면 어려움 또한 적지 않으리라 예상되는데요. 어쩐 점이 가장 힘드실까요? 혹은 어떤 식의 도움이 가장 필요하실는지요? 마침 한국 정부도 K-뉴딜의 한 축으로 그린뉴딜을 꼽고 있기도 합니다.




여주 : 그린뉴딜과 로컬뉴딜 


6. 농민과 엔지니어


사성진 : 과찬이십니다. 가야할 길이 아직 멉니다. 역시 자금 문제이죠. 저희의 사업 아이템을 들으시면 긍정적인 반응이 많긴 하거든요. 돈 많이 벌리겠다. 혹은 돈은 조금 덜 벌리더라도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 되겠다고 평가해 주시죠. 그런데 학자가 아닌 이상 비전만 훌륭하다고 되는 일이 아니잖아요. 시장에 진입해야 하고 또 상품으로서 성공하는 것이 관건이죠. 그리고 시장 진출 이전에 기술적 완성도를 높이는 과제가 있기에 투자금은 항상 부족한 형편이고요. 통잔 잔고가 비어갈수록 경영자로서 초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작년 3월에 창업해서 여러 차례 고비를 넘겨왔는데, 특히 10월 무렵 약속된 투자가 철회되었을 때는 정말 큰 위기감을 느꼈어요.

다른 한편으로는 자금 못지않게 우리 회사 내부의 문제도 고민하게 됩니다. 투자금이 유입되면 엔지니어 고용을 늘릴 수 있고 그러면 상품 개발도 더 빨라지고 하는 선순환이 이루어지겠지만, 과연 내부적으로 준비가 덜 되어 있는 상태에서 거액이 투자되었을 때 조직 운영이 원활한 것인가의 숙제도 있는 것이죠.  


이병한 : 문외한이라서 그럴까요. 그린뉴딜 등등 그린테크로 돈이 돌면서 굉장히 주목받으실 것 같은데요? 그린뉴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사성진 : 정부에서 발표한 그린뉴딜 사업과 2050년 넷제로 선언은 저희 사업과는 좀 거리가 있습니다. 정부 정책은 그린 리모델링, 재생에너지를 포함한 그린에너지 사업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그런데 그린 리모델링 관련 부분을 꼼꼼히 살펴보면 이미 10여 년 전 MB 정부에서 ‘녹색성장’으로 포장되어 제안된 내용들이 다수라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더라고요. 그린 뉴딜과 넷제로 선언에서 핵심은 온실가스 감축이지 않겠어요? 그런데 이를 기존 산업 시스템 안에서 해결하려다보니 탄소배출 감축에 기여할 수 있는 새로운 산업이 고려되어 있지가 않습니다. 원가 절감을 중시하는 기존 산업모델로는 혁신적인 절감책을 만들어 내기 어렵거든요. ‘그린뉴딜’이라는 이름이 가지고 있는 상징적 파괴성에 비하여 디테일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로서야 대체산업에 대해 더 큰 관심을 가져주시고 육성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지요. 마이셀의 균사체 기반 가죽은 기왕의 천연가죽 산업에 비해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1%정도 밖에 되지 않거든요. 또 거기서 나오는 부산물로 목질 기반의 균사 복합재로 벽장재용 타일을 대체할 수도 있고요. 그러면 그린 리모델링 부문에도 시너지를 낼 수 있겠죠.

  

이병한 : 기존 가죽산업의 1%까지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니, ‘파괴적 혁신’이 아닐 수 없군요.


사성진 : 그린 및 탄소 관련 정책에서 왜 농업이 빠졌을까 추측해보면, 한국의 농업규모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산업의 사이즈 자체가 작기 때문에 탄소 절감에 대한 기여도도 적을 것이라고 판단을 내릴 수 있겠죠. 그런데 이런 접근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아쉽습니다. 

먼저 기후위기로 농업 생산 및 식품 안정성/접근성에 대한 우려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2012년부터 <이코노미스트>지에서 ‘세계식량안보지수(Global Food Secuity Index-GFSI)’를 발표하고 있는데요. 정작 농경지도 별로 없는 도시국가 싱가포르가 1위거든요. 반면에 식량자급률이 낮은 한국은 매우 위험한 국가군에 속해 있습니다. 싱가포르의 사례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기존의 농업에 대한 시혜성 지원보다는 미래농업 R&D에 대한 공공부문의 과감한 투자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하나는 경제성과 관련된 부분인데요. ‘스마트 팜’ 관련 농업-IT 융합 스타트업이 해외에서 큰 성과를 거두고 있거든요. 농업 기술에 대한 도전적인 투자로 탄소 배출 감소뿐만이 아니라 경제적인 성과도 낼 수 있는 것이죠. 기술 표준화를 빨리 이루어내면 해외 수출까지 할 수 있는 그린테크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병한 : 스스로를 농민이라고도 생각하시나요?


사성진 : 기존 버섯농업 기술 혹은 발효기술을 이용해 식품 원재료와 가죽 원재료를 만들어내는 일을 하고 있으니까요. 큰 틀에서 보자면 농축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입니다. 농민이죠. 


이병한 : 미래 농업을 ‘6차 산업’이라고도 하던데요. 미래형 신농민이시군요?


사성진 : 산업의 경계가 무너지기 시작한 것은 꽤 오래되었습니다. 기존의 산업 분류로는 더 이상 농업이나 바이오산업을 정의하기 어려워요. 제가 좋아하는 수퍼빈이라는 회사도 플라스틱 쓰레기를 재활용하는 회사이지만, 동시에 인공지능 및 물류 회사이기도 하는 것처럼요.  

요즘 ‘부캐’가 유행이잖아요? 저 또한 흙을 만지며 텃밭을 가꾸는 일을 직접 하고 있기에 전통적인 농업인에 가깝죠. 기술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있지만, 동시에 자연농과 생태공동체에도 관심이 많고요. 실은 올해 제 가장 큰 고민도 회사 운영과는 별개로 저희 집 500평의 텃밭을 어떻게 꾸려갈 것인가 에요. 직접 농사를 지어보면 기후의 변화를 실감하게 되거든요. 누구에게 무엇을 길러서 선물할까를 생각하며 텃밭을 가꾸는데, 작년에는 비가 너무 많이 와서 깨 농사가 잘 안되었어요. 최근에는 토양 미생물 공부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제 처와 세 딸들과 농생태학을 공부해서 파머스 마켓이나 생태정원처럼 의미 있는 실험의 공간으로 만들어 보고 싶어요. 학생들이 체험학습을 해도 좋을 것 같고요. 

저는 마이셀이 정말 잘 되면, 연구소도 산에다 짓고 직원들 집도 생태건축으로 만들어서 함께 살아가고 싶습니다. 직원들이 곧 주민이고, 기업이 곧 공동체가 되는. 회사의 지향과 구성원의 삶의 지향이 최대한 합치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가보고 싶어요.  


이병한 : 마이셀프로젝트도 농업 부분의 지원 수혜가 가능한 것인가요?


사성진 : 정부에서 농업에 지원하는 자금이 꽤나 많은데요. 저희 사업은 전통적인 농업으로 분류하기 어려워서 혜택을 받기가 애매합니다. 마이셀이 전통적인 농산물을 만드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고, 기존의 산업분류표로는 저희 사업을 정확히 정의하기도 어려운 것이죠. 이 부분에 대해서는 관점의 전면적 전환과 정책의 재설계 등 공적인 도움이 절실합니다. 


이병한 : 스마트팜도 그런가요?


사성진 : 스마트팜은 생산물이 농산물인데다가 농업의 틀 안에서 기술을 고도화한 것이라 농업으로 분류됩니다. 농민들 입장에서는 애그리테크를 지원하는 것이 용납이 안 될 수도 있어요. 하지만 기술 수혜를 농민과도 공유할 수 있는 길을 찾는다면 공학과의 접목을 수용해 주실 수도 있지 않을까요. 점점 융복합 산업에 대한 정책 지원도 많아질 것으로 알고 있고요 다만 농업 지원이 한두 가지 곡물에 바탕한 식량자급률로만 고민되고 있는 지점은 안타깝죠. 저희와 같은 농업과 공업이 결합된 미래생명산업은 새로운 접근법으로 지원하고 투자도 해주셔야 할 것 같아요.  


이병한 : 산업의 진화 속도에 견주어 제도 진화가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로군요. 아쉽습니다. 바이오산업은 한창 각광받고 있는 영역이지 않나요?  


사성진 : 바이오산업은 레드바이오라고도 하는 의료나 제약 쪽에 관심이 쏠려있습니다. 블루바이오는 청정에너지 쪽인데 정부 지원이나 투자가 제법 일어나고 있는 부분이고요. 농업 부분과 관련된 그린 바이오 쪽은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있죠. 그린 바이오의 핵심인 미래농업이 활성화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저희가 하고 있는 균사체 배양 농업은 청정에너지 산업과 비슷한 것이거든요. 석탄과 석유를 채굴해왔던 것을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해가는 것처럼, 동물의 살에서 적출해왔던 단백질을 기술을 통해 대체해 가는 것이니까요. 궁극적으로는 생태농업과 연결될 수 있는 기술적 진화에도 일조하고 싶습니다. 


이병한 : 농민이자 엔지니어, 농업과 공업을 융합시켜 기왕의 생태주의를 넘어서 생명산업을 일구어가는 선구자라고 정리해보고 싶습니다.    



7. 로컬의 진화 : 제로마이프로젝트


이병한 : 올해는 “인디펜턴트 테이블”이 출시되겠죠? 마케팅 전략도 궁금합니다. 매우 뛰어난 본부장을 영입하신 걸로 압니다. 스페인 축구 4부 구단을 인수해서 3부로 승격시킨 스포츠업계에서는 전설적인 경력을 가진 분이죠. 아시아인 구단주는 그 분이 스페인 최초였던 걸로 알아요. 처음부터 글로벌 마켓을 겨냥한 것이었을까요?  


사성진 : 박영곤 본부장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 분을 제외하면 회사 구성원 전원이 모두 엔지니어이기 때문이죠. 공장과 시장을 연결하는 커넥터입니다.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 같은 글로벌 시티가 대체육 시장이 가장 활성화되어 있습니다. 국내 시장 규모가 크다고 말할 단계는 아니기 때문에 자연스레 해외 시장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죠.

다만 저희가 정말로 중시하는 지점은 글로벌 밸류 체인을 만드는 것보다 로컬에 집중하는 것이에요. 코로나 팬데믹을 통하여 더 이상은 예전처럼 수요 예측을 기반으로 한 대량생산 체제가 안정적인 구조가 될 수 없음을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30년의 세계화가 지고 지역화로 선회할 것이라는 전망이지요. 공항과 항만이 닫히면서 세계 곳곳의 농장과 공장에서 생산되어 전 지구적으로 유통되던 기왕의 식품 공급 체제가 한순간에 붕괴될 수 있음을 체감한 것입니다. 자연스레 로컬 중심의 생산과 소비가 가지는 회복탄력성이 한층 주목받고 있고요. 농업의 생산과 유통과 공급이라는 가치사슬이 어느 정도까지 지역화 될 수 있을지 실험해 보고 싶습니다.


이병한 : 구체적인 복안도 가지고 계시는지요?


사성진 : “제로마이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원재료 생산부터 가공과 유통과 소비까지를 한 곳에서 모두 실현하는 공간을 만들어보는 실험입니다. 기존의 축산업을 보면 농장 따로, 정육점 따로, 고기 집 따로 잖아요. 호주산 소고기, 아르헨티나산 돼지고기 등 그 공간적 거리만큼이나 탄소발자국은 늘어나는 것이고요. 반면에 균사체 대체육은 한 장소에서 배양도 하고 조리도 해서 소비자에게 최종 음식으로 제공할 수 있습니다. 양양에 가면 커피 팩토리가 있잖아요? 커피가 생산되는 과정 자체를 노출하면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것인데요. 비슷한 컨셉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버섯고기 팩토리이자 레스토랑인 셈이죠. 발효기들에서 균사체를 키워 대체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모습도 볼 수 있고, 그 균사체 고기로 요리를 해서 직접 서빙도 하고 배달도 하는 것이죠. 또 배양 부산물 종류에 따라 목질 패널, 화장품 원료, 식품 원료들을 부가적으로 생산할 수 있으니까, 지역에서 다양한 산업생태계를 만들 수 있습니다. 꼭 하고 싶은 사업이에요. 


이병한 : 획기적인데요? 춘천에 가면 스퀴즈 브루어리라는 맥주 펍이 있습니다. 양조장과 호프를 결합시킨 곳이죠. 거기서도 맥주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그대로 눈으로 볼 수가 있어요. 춘천을 보통 ‘봄의 도시’라고 하는데, ‘천’자가 새겨진 것처럼 물의 도시이기도 하지 않습니까. 그 풍부하고 깨끗한 물로 로컬의 고유한 맥주에 “춘천 IPA", ”소양강 에일“ 등으로 브랜딩하여 판매하고 있는 것이죠. 이제는 로컬 기반의 대체육 공장 겸 레스토랑을 만든다 하니, 참신한 도전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린뉴딜에 로컬뉴딜까지 결합하는 K-뉴딜의 모델 비즈니스 같네요.


사성진 : 각 지역마다 맥주 양조장이 있으면 수제 맥주로 특화될 수 있잖아요? 양조장이라는 게 세포 배양이 일어나는 바이오 리액터이죠. 이제 거기서 맥주만이 아니라 고기도 배양하고 가죽도 키워내는 것입니다. 식물성 가죽으로 인테리어를 한 ‘그린그린’한 레스토랑에서 식물성 고기로 식사를 하게 되는 것이죠. 상상력을 조금 더 발동시켜보면 식물공장과도 결합시켜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균사체 고기를 배양하는 과정에서 미생물이 미량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기는 하거든요. 그것까지도 잡아먹는 탄소중립 공간, 조금 더 나아가면 탄소를 절감시키는 탄소 네거티브 공간으로 만들어 볼 수도 있습니다. 


이병한 : 스퀴즈 브루어리는 춘천시의 지원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준비하시는 “제로마이프로젝트” 또한 지자체와 적극적으로 결합해서 실험해 볼만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마침 여주시장님도 드물게 환경운동을 하셨던 걸로 아는데요?


사성진 : 네, 그렇습니다. 고향도 여기 강천 출신이세요. 제가 살고 있는 이 주변이 다 산이잖아요? 산림자원, 바이오매스를 통한 대체단백질 생산에도 관심이 크거든요. 강천이 산과 강 등 워낙 자연환경이 좋고 해서 새로운 마을의 전형을 잘 만들어 보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기왕의 농업이나 임업만 고수해서는 젊은 사람들이 유입되기는 힘들 것이고요. ‘제로마이프로젝트’ 같은 실험이 여기서 진행된다면 분위가가 좀 달라질 수도 있지 않을까요? 여주 역까지만 연결되던 지하철이 강천까지 이어질 것이라고도 해요. 그럴수록 더더욱 진화된 로컬의 미래를 보여주어야 하는 것이죠. 순환자원을 통한 환경마을이나 6차 산업 등으로 테마를 잘 잡으면 지역 경제에 보탬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병한 : 교육적 효과도 클 것 같습니다.


사성진 : 맞습니다. 제가 제로마이프로젝트의 사회적 가치로 가장 강조하고 싶은 대목이 그것이에요. 로컬비즈니스이자 미래형 교육 공간이 될 수도 있는 것이죠. 미생물로 식물성 고기를 만들어내는 경험을 서비스로 제공하는 학교 아닌 학교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 생산과 소비 과정을 유튜브 라이브나 인스타그램 라이브 등으로 온라인으로 보여줄 수도 있고요. 제로마이프로젝트를 미래 산업이자 미래교육의 플랫폼으로 전국 곳곳에 깔아보고 싶습니다. 

                 

이병한 : 근사한 비전입니다. 꼭 실현될 수 있기를 저도 염원하겠습니다. 오랜 시간 유익한 말씀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8. 만사지식일완(萬事知食一碗)

 

혀끝에 뒷맛이 남아 있었다. 물컹한 식감도 되새김질 해보았다. 솔직히 고무처럼 질기지도 않았지만, 고기처럼 씹는 맛이 썩 빼어난 것 같지도 않았다. 세 딸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아빠가 실험실에서 만들어온 버섯고기를 먹기는 먹지만, 여전히 생고기를 더 좋아한다고 한다. 그는 멋쩍게 웃었고, 나도 씩 웃었다.

혓바닥의 돌기에 남아 있는 감각에 집중하다가 문득 송곳니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되었다. 분명 고기를 먹은 셈인데 어금니의 저작 기능만으로도 충분했던 것이다. 입 안의 송곳니는 인류의 진화사를 속 깊이 품고 있다. 고기를 씹어 먹기 시작했던 그 태초의 출발을 내밀하게 감추고 있는 뼈이다. 우리의 뼈로서 남들의 살을 뜯어먹은 것이니 육식은 곧 다른 종에 대한 인류의 우월감의 근원이라 해야 할지도 모른다. 육식은 늘 불과 힘과 남성성등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었다. 즉 육식이 우리를 인간으로, 지구의 지배적인 종으로 만들어주었다고도 할 수 있다. 고로 고기를 먹는 행위는 인류가 먹이사슬의 꼭대기, 최상위 포식자가 되었음을 확인하는 의례이기도 한 것이다. 

실제로 인간은 고기를 불에 익혀 먹기 시작하면서 엄청난 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다. 그 에너지로 커다란 두뇌를 가지게 되었다. 브레인의 퍼포먼스가 여타 종을 압도하며 생각하는 존재로 도약한 것이다. 고로 미래의 맛, 육식의 미래는 과학과 공학에 그치지 않는다.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심오한 역사학적, 인류학적 문제이다. 혹은 인간이란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하는 미래학적, 철학적 과제이다.         

삐딱하게 보자면 식물성 대체 단백질의 보급은 인류의 진화에 대한 비관적인 관점에 기초해 있다. 식습관을 바꾸어낼 능력이 없다고 보는 것이다. 삼시세끼 채식을 통하여 기후위기를 극적으로 극복해 낼 수도 있지만, 세 살 버릇 여든 가는 밥상머리 교육이 이미 틀어진 고로 공학의 개입을 요청하는 것이다. 고기를 탐하는 우리의 욕망을 절제하는 어려운 길보다는 대안적인 인공고기를 제공해 주자는 것이다. 그러니 굳이 힘들여 의지를 발동하여 행동을 바꾸어낼 필요조차 없어진다. 과거에도 그랬듯이 앞으로도 똑똑한 과학자와 공학자들이 방법을 찾아내줄 테니까. 미래에도 우리는 고기를 계속 먹을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더 자주 더 많이 먹어도 지구에 해를 끼치지 않을지도 모른다. 생명공학(Bio Engineering)에 지구공학(Geo Engineering)도 합세한다. 생태주의자들로서는 못마땅하기 그지없을 과잉 공학의 길로 들어서는 것이다.    

그래서 나도 걱정이다. 20세기 초에도 인간은 조직적으로 동물의 품종을 개량하기 시작했다. 더 맛있는 고기를 더 많이 더 빨리 만들어내기 위하여 자연선택을 거스른 인간선택, 인공개입이 난무했다. 동물을 향한 우생학의 발전은 곧장 부메랑이 되어 인간들로 되돌아와 인종주의의 근간이 되기도 했다. 조직적으로 동물의 살을 배양해내겠다는 세포농업이 우리를 어디로 이끌고 갈지 장담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러함에도 나는 마이셀프로젝트의 도전을 응원하는 쪽이다. 다시금 인간이라는 모순적 존재의 진화사에 바탕해 추론해보자면 본인의 건강과 동물의 보호와 지구의 환경을 위해서 식단을 바꿀 사람의 비중이 절반에도 이르지 못할 것 같기 때문이다. 30년 후 지구의 미래를 생각하기보다는 지금 당장 3초의 미각적 쾌락에 기우는 것이 ‘인간적’이기 때문이다. 식탁에 앉아서 미래를 논하고 지구를 생각하는 일은 어쩐지 ‘비인간적’이다. 과연 학습과 습성으로 본능과 본성을 대체할 수 있을까? 그렇게 사람이 먼저 바뀌기를 기다리노라면 지난 30년의 반복, 돌림노래가 되지 않을까? 더 이상 그렇게 한가할 여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다음 10년이야말로 결정적인 분수령이 될 것인 고로, 우리는 정말로 사생결단 사활적으로 임해야 한다. 온 마음 온 몸을 다하여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 ‘잡식동물의 딜레마’를 해결하는 데도 한 가지 방법에만 의탁해서는 리스크가 너무 큰 것이다. 잡다한 대안을 골고루 준비해야 한다. 그 가운데 하나로 사람들에게 고기를 주되, 다른 방식으로 생산하는 쪽이 첩경이 될 수도 있겠다. 새로움은 장착하고 해로움은 제거한 ‘미래의 맛’을 제공하고 ‘미래의 멋’을 선사하는 것이다. 

과연 만사지식일완(萬事知食一碗)이다. 세상 모든 일이 밥그릇 하나에 모두 담겨 있다. 인류의 과거사가 밥 한 공기에 담겨 있고, 인류의 미래사가 밥 한 그릇에 달려 있다. 육식과 채식 사이, 생태와 공학 사이, 농업과 공업 사이, 인간과 동물 사이, 멸종과 회생 사이, 21세기 인류의 숙제가 죄다 밥상차림 하나에 걸려 있는 것이다.    



9. 스토리와 히스토리


‘만사지식일완’은 동학쟁이 선조들이 즐겨 쓰던 말이다. 밥이 곧 하늘이라 하셨다. 하늘이 하늘을 먹는 거라 하셨고, 하늘로 하늘을 먹자고도 하셨다. 사람이 하늘이다(人乃天), 만인이 하늘이라 이르셨을 뿐 아니라 만물과 만사도 하늘(事事天 物物天)이라고도 하셨다. 공교롭게도 여주는 동학과도 연이 깊은 땅이다. 2대 교주 해월 최시형의 묘소가 자리하는 곳이다. 하늘과 맞닿는 금사면 주록리 터 좋은 땅에 묻혀 계신다. 나는 이미 두 차례 방문해 보았다. 헌데 여주는 해월만 묻혀있는 곳이 아니다. 세종도 모셔져 있다. 아름드리 세종대왕릉이 아리땁게 꾸며져 있다. 참으로 범상치 않은 곳이다. 나는 한국문명사에 두 번의 빅뱅, 두 차례의 개벽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첫째가 한글창제, 문자개벽이요. 둘째가 한글로 지은 독자적인 경전(<용담유사>) 창작, 사상개벽이다. 한글과 동학이 있었기에 한국은 중국의 아류가 아니라 한국이 될 수 있었다.  

문자개벽과 사상개벽 다음에는 문명개벽이라 생각한다. 미래문명 신문명은 농업문명으로의 회귀도 아닐 것이며, 산업문명의 지속은 더더욱 아니 될 것이다. 농업과 공업의 공진화, 오래된 에코와 새로운 바이오의 공진화, 생명과 문명의 공진화로 말미암은 생명문명이 되어야 할 것이다. 생명문명으로 진화하는 길에 사성진 대표 같은 이는 보물이고 보배이다. 야심만만한 사업가라기보다는 절박하고 절실한 아비로 느껴졌다. 2030년의 포부를 물었더니, 살아남아 있기를 바란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본인도 건강하고, 가족도 건강하고, 이 지구도 건강하기를 소망한다고 했다. 그만큼 임박한 기후재앙을 크게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애당초 창업 또한 희망보다는 두려움에서 출발한 것이란다. 재깍재깍 대멸종의 초침이 멈춤 없이 달리고 있으며 예측한 것보다 훨씬 더 빨리 기후변화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시스템의 변화는 너무나 느리기 때문이다. 언제 어떤 식으로 대전환의 계기가 만들어질지 궁금하다고도 했다. 폭풍전야, 모순이 쌓이고 쌓여 폭발 직전임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또한 걱정이 된다고 했다. 근대문명이 촉발한 모든 문제들이 일시에 대폭발하면 불확실성 또한 극대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장래희망은 대기업 총수가 아니라 마을 이장이란다. 산골에 들어와 살다보니 동네 이장이 마을 공동체 미치는 파급력이 엄청나게 크다는 점을 실감하고 있다고 한다. 이장의 자질 여하에 따라 마을에 환경유해시설이 대거 들어올 수도 있고, 자연을 살리는 쪽으로 진화할 수도 있다. 유치원부터 초등학교 4학년까지 유년 시절을 보냈다는 여주에 대한 애정도 물씬했다. 처는 초등학교 단짝 친구에서 평생가약 부부로 연을 맺은 사람이다. 입시 열풍 바람을 타고 8학군 강남으로 이사 갔다가, 가정을 일구고 고향 같은 곳으로 되돌아온 것이다. 각박한 뜨내기들의 경쟁으로 삭막한 서울에서 탈출하여 토박이 정서가 가득한 여주에 뿌리를 내린 것이다. 그린뉴딜과 로컬뉴딜의 융합, 장래의 강촌 이장으로 적임자가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사성진 대표는 굳건히 땅에 뿌리를 내리고 하늘로 뻗어 자라나는 나무를 닮은 사람이었다. 과거의 틀로 보자면 사업가이다. 경영자라고도 할 수 있고, 자본가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산업문명시대의 좌와 우, 진보와 보수, 자본과 노동의 구분은 이미 낡고 닳은 구닥다리 패러다임이다. 그는 그 어떤 노동운동가보다 진지하게 체제의 전환을 고민하고 있었고, 그 어떤 생태주의자보다 환경을 염려하고 있었으며, 그 어떤 보수주의자보다 더 땅과 흙의 가치를 옹호하고 가족과 지역의 오래된 유산을 튼튼히 붙들어 매고 있었다. 탁자에 펼쳐져 있던 <뉴타입의 시대>라는 책과 2층 하얀 칠판에 쓰여져 있던 <팬데믹 시기 우리 가족 생활 수칙>이 그의 캐릭터와 라이프스타일을 고스란히 웅변하고 있다. 부디 훈훈한 창업스토리에 성공스토리까지 보태어 애그리테크, 그린테크, 어스테크(Earth Tech)의 선구자, 히스토리가 되기를 바란다. 

인터뷰를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 여주 역까지 전기차를 태워주셨다. 기차에서 곰곰 복기하노라니 환경재단에서 발표했던 PT의 한 동영상이 떠올랐다. 꼭 이루어내고 싶은 일이라며 국내 고유의 고등균류를 활용해 여러 종류의 플라스틱을 분해하여 다양한 산업소재로 바꾸어내는 모습이었다. 실제로 국내에서 발견된 ‘뮤코청양엔시스’라는 토종 곰팡이가 폴리카보네이트를 분해할 수 있다고 한다. 아주 오래전 지구에는 죽은 나무들이 쌓여서 생명이 번창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 나무 잔해를 분해하여 생명이 살아갈 수 있는 토양으로 바꾸어낸 핵심 주역이 바로 곰팡이와 버섯균이었다. 이제는 그 균사체를 활용하여 지구를 가득 덮어가고 있는 플라스틱을 분해해 내고 싶다는 것이다. 다시 생명의 기운이 생동하는 푸른 지구를 되살리고 되돌리고 싶은 것이다.    

그러함에도 근본적으로는 플라스틱 자체를 줄여야 할 것이다. 여주 방문의 유일한 오점은 점심식사를 위해 들린 식당에서 사용한 일회용 종이컵이었다. 전원주택까지 걸어가는 1시간여 동안 찜찜함이 통 가시지가 않았다. 실제로 코로나 탓에 도처에서 일회용품 사용이 도리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말았다. 그 산더미처럼 쌓여가는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두발 벗고 나선 스타트업이 있다. 트래쉬버스터즈의 곽재원 대표를 만나러 간다.


출처 |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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